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11월 5일] 나침반이 필요하다

선박이 넓은 바다를 항해하다 보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높은 풍랑을 만나는 황천항해를 경험한다고 한다. 집채만한 파도에 선박이 요동치기 시작하면 제아무리 경험이 많은 선원들이라도 긴장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위기상황 속에서 필요한 몇 가지 사항들이 있다. 선장이 선박을 안전하게 운항할 것이라고 믿는 마음(Trust),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노련하게 대처하는 선원들(Talent), 그리고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겠다는 불굴의 의지(Tenacity)와 모두 한마음이 되는 혼연일체(Togetherness)가 그것이다. 신뢰, 인재, 불굴의 의지, 혼연일체 이 4가지 단어는 현대상선이 얼마 전 발표한 새로운 조직문화 ‘4T’다. 처음에는 너무 추상적인 개념 같았지만 요즘과 같은 경제 위기상황에 닥치고 보니 너무 절실하게 필요한 것들인 동시에 우리 회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해주는 나침반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 경제상황은 흡사 격한 풍랑을 만난 선박과도 같다. 주가와 펀드 폭락의 파도에 개미 투자자가 정신을 잃고, 날마다 높아만 가는 대출이자의 파도에 맞벌이 부부가 울고, 멈출 줄 모르는 환율 상승의 파도에 기러기 아빠가 망연자실하고 있다. 이런 위기에 필요한 것이 바로 ‘4T’와 같은 나침반이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혼란을 꿰뚫고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지향점이 필요한 것이다. 미래에 대한 지향점은 한 개인은 물론 기업, 더 나아가 국가 전체의 힘을 필요한 분야에 응집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흔들릴 수 있는 철학적 가치에 대한 판단기준도 마련해준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지금 뜻하지 않은 풍랑을 만난 우리 경제에는 단기간의 근시안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하지만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위기를 끝까지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대그룹의 ‘4T’와 같은 나침반도 필요하다. 그래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아무리 파도가 높아도 목적지를 향해 배를 저어갈 수 있는 것이다. 위기의 순간에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정해주는 나침반, 그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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