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경제·환경 힘 모으자" 동아시아 공동체論 고개

日 하토야마 "민족주의 벗어나 공동이익 추구" 창설 제의<br>'분야별 기능적 협력→ 자유시장 중심 가치공동체' 구상<br>기 소르망 "韓中日간 진정한 화해가 통합 출발점" 지적

오는 19일 유럽의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여'유럽의 대통령'격인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공식 선출할 예정인 가운데 아시아에서도 지역통합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제시하고 있는'동아시아 공동체(East Asia Community; EAC)'론이 그것.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 9월 16일 취임 이전부터 새로운 일본의 개조와 동아시아 공동체 창설을 선거공약의 하나로 거론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간에 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편협한 민족주의를 벗어나 이들 나라가 하나의 공동체를 구성하여 국제무대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 나가자는 주장이다. 싱가포르에서 지난 주말 열린 제17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하토야마총리는"동아시아 공동체는 유로존의 조화와 협력 개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서"역내 국가들은 경제발전과 지구온난화 대처, 재난 등의 협력을 위해 기능적 공동체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0년이상 이상 뒤쳐진 아시아 공동체 구상 = 유럽에 비해 동아시아의 공동체 구상은 한세대 이상 뒤쳐진 것이 사실이다. 이는 그 만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문화적 차이와 역사적 갈등의 골이 깊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그동안 이 지역을 하나로 묶어 경제단위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강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토야마 정권이 제시하는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의 구체적인 실상도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그 내용이 불확실하다.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아시아 공동체론은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패권국가가 되고자 하는 중국 사이에서 정치적·경제적 자립을 유지하기 위한 일본의 고민이 들어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는 물론 아시아의 다른 중소규모 국가들도 같은 이해를 갖고 있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패권적 행위를 억제하면서 새로운 정치경제적 질서를 수립하고자 하는 여러 나라의 바램이 지역 통합을 가속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하토야마는 이 같은 동아시아 공동체론의 바탕 이념으로 자신의 정치철학인 우애를 앞세우고 있다. 그가 말하는 우애는 프랑스혁명의 슬로건 가운데 하나인 박애와 같은 의미로, 이런 우애에 바탕할 때에만 국가 내부에서는 물론 국경을 넘어선 광역 범위에서도 공생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미국과 함께'가 아니라 미국을 견제하는 장치로 아시아 공동체를 생각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자민당식 접근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토야마는 자신에 대한 비판을 의식, 이 구상에"미국을 제외할 생각은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주도권을 잡아라" = 돌이켜 보면 아시아 외교 무대에서 동아시아공동체에 대한 논의가 거론된 지도 꽤 오래됐다. 1997년'아세안+3(한중일 3국)'체제가 출범하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데 이어 2001년 정상회의에서'평화·번영·발전'을 추구하는 EAC 비전이 채택됐다. 그러나 이후 참가국의 범위 등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 사이의 이견과 미국의 견제 등으로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무역이나 투자, 금융을 비롯해 에너지, 환경보존 및 대테러 대책과 같은 분야에서의 기능적 협력을 이뤄가다가, 자유시장을 중심가치로 삼는 가치공동체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는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를 포함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대륙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지역의 재통합을 꾀하고 있는 중국은 당연히 이를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역외국가인 미국의 정식 가맹 통로를 열어주기 위한 조처라고 의심해 왔다. 미국도 아시아 공동체구상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싱가포르 APEC 회의에 앞서 도쿄 아카사카(赤坂) 산토리홀에서 가진 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스스로를"나는 미국의 첫 번째 태평양 대통령(America's first Pacific president)"이라면서 "미국은 수세대에 걸쳐 태평양 국가였으며, 미국과 아시아는 태평양에 의해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태평양에 의해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내 인생 자체가 그 이야기(태평양을 공유한 미국과 아시아의 이야기)의 일부"라면서 자신이 소년 시절을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것 등 아시아와 연관된 자신의 가족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입장은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이 불변이며, 아태지역의 경제 통합을 미국이 주도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현재 중국과 일본이 아세안과 각가 별도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면서 APEC을 아시아 지역의 대표기구화 하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이해 당사국간 진정한 화해가 통합의 출발점"=한국은'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창설론'등으로 일단 아시아 공동체론을 비껴가고 있지만 언젠가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하는 시점이 도래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FTAAP는 미국의'APEC 주도론'의 아류이며, 일본과 중국의 독자적인 공동체론에 대해 더 이상'부정도 반대도 하지 않는(NCND)'어정쩡한 태도를 지속해 갈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공동체론이 앞으로 나아갈 길은 험난하다. 우선 가장 큰 문제가 이 담론이 과거 중국의'중화론'이나 일제의'대동아공영권'을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특히 식민지시절 일제의 수탈을 기억하는 많은 아시아 국민들은 하토야마의 공동체론이 과거의 것과 어떤 차별성을 지닌 것인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심각한 역사왜곡도 아시아 공동체 구상의 걸림돌이다. 일본의 역대 총리들은 전범들의 위패를 모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멈추지 않았으며, 중국은'동북공정(東北工程)'이라 해서 고대사 왜곡에 여간 힘을 기울이는 게 아니다. 하토야마 총리가 동아시아공동체를 설파하면서 개방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북한에 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북한을 포위하는 체제를 구축하자는 것은 현실적으로 냉전식 사고의 연장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도 현재의 유럽국가들 처럼 통합의 길을 걸어 갈 것은 분명해 보인다.유럽국들이 지난 50~60년대부터 시작한 철강공동체à시장공동체à경제공동체à통화공동체à정치공동체와 유사한 수순을 밟아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문명 비평가이자 경제학자인 파리정치대학 기 소르망(Guy Sorman) 교수는 미래 아시아의 통합에 대해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중심국들의 진정한 화해'를 통합의 첫 단추로 꼽았다. 그는 지난 1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09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Asia Economic Community Forum 2009)'에서 "우선 '아시아 헌장'(the Asia Charter)을 만들어 전문 외교영역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 부문을 아우르는 인물들로 대표자회의 같은 특별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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