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로 분양시장의 온도가 뚜렷한 가운데 침체가 지속되는 지역에서는 분양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는 '깜깜이 분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깜깜이 분양은 1~3순위 청약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들이 사업비의 5~10%에 달하는 홍보비용을 들이기보다 분양공고만 낸 채 조용히 선착순으로 물량을 해소하는 방식을 말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홍보나 광고가 적으면 '대량 미분양 단지'라는 입소문도 적게 나 추후 미분양을 해소할 때 오히려 유리하다"며 "어차피 미분양될 단지에서는 홍보비라도 줄이자는 생각에 깜깜이 분양을 고려하는 업체가 많다"고 전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16일부터 1순위 청약을 받는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의 I아파트는 청약을 하루 앞둔 현재까지 별다른 분양 홍보를 하지 않고 있다. 모델하우스도 운영하지 않고 있는 이 단지는 3순위 청약이 끝난 후부터 개별 고객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 분양 관계자는 "가구 수도 많지 않고 유명한 브랜드 아파트도 아니어서 홍보를 해도 청약이 제대로 마감될 것 같지 않았다"며 "다만 서울에서 보기 드물게 3.3㎡당 1,150만원의 가격대를 책정해 인근 주민들의 문의는 많다"고 설명했다.
B건설사 역시 대구 복현동에서 11월 1~3순위 청약을 받았던 아파트를 깜깜이 분양으로 진행하고 있다. 청약 전 홍보활동이 거의 없었던 탓에 1~3순위 청약에서 단 한 건의 접수도 없었다.
올해 분양물량이 대거 몰렸던 수원 지역의 경우 인계동ㆍ율전동 등에서도 지난달부터 잇달아 깜깜이 분양 단지가 나오고 있다. 해당 단지의 건설사들은 "대규모 브랜드 아파트도 이 지역에서는 대거 미분양이 발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낮은 청약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홍보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단지 자체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청약률, 모델하우스에 몰리는 인파 등도 분양받기에 앞서 소비자들이 따져봐야 할 정보"라며 "더구나 분양단지가 특별한 가격 메리트나 혜택이 있음에도 비공개로 분양한다면 이는 소비자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