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로 돌아온 배우 김성균 씨 인터뷰
비리 세관원을 땅에 묻어버리고 그 위로 오줌을 갈기는 박창우(‘범죄와의 전쟁’), 열흘 간격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섬뜩한 눈빛의 류승혁(‘이웃사람’), 웃으면서 칼을 휘두르는 범죄자 동범(‘화이’)까지. 김성균은 영화판에서 악역 중의 ‘진짜 악역’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무명으로 연극에서 꽤 오래 몸을 담아오며 쌓여온 실력이 영화에서 더욱 빛을 발한 것이다. 그리고 2013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경남 출신의 엉뚱한 ‘삼천포’로 이제까지와는 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로 처음으로 주연 자리를 맡으며 새로운 필모그래피를 추가했다.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 는 30년 만에 상봉한 상연·하연 형제가 만남의 기쁨을 채 느끼기도 전에 갑자기 사라진 어머니를 찾아다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장진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미국으로 입양돼 목사가 된 형 ‘상연’ 역에는 배우 조진웅이, 경상도 박수무당 동생 ‘하연’ 역에는 김성균이 캐스팅돼 전혀 상반된 인물들을 표현했다. 지난 22일 서울경제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배우 김성균을 만났다.
다음은 배우 김성균과의 일문일답.
▲ ‘우리는 형제입니다’ 의 어떤 부분을 보고 출연을 결심했나.
=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이온음료’ 같은 영화다. 우리에게 필요한 감정을 제공하고 음료처럼 쑥 감정이 흡수되게 만든다. 보고 나면 시원하고 개운하게 만들어주는, 무겁지 않은 영화다. ‘엄마’와 ‘형제’ 코드가 있어 출연을 결심했다. 어릴 적 소년이었을 때 우리들의 얼굴을 생각나게 해주는 영화다. 저 역시 상연과 하연 아역들의 과거 장면을 보면서 예전에 동생의 손을 잡고 동네를 뛰어다녔던 때가 생각나 아련해졌다.
▲ 장진 감독이 ‘하연’ 캐릭터에 대해 특별히 주문한 게 있나.
= 특별히 주문했다기보다는 감독님께서 전체적인 그림을 봤을 때 상연의 모습과 하연의 모습이 하나가 되는 것을 그리셨다. 하연은 화가 나면 바로 화를 내는, 돌직구 스타일이다. 할 말은 하는 것이 하연의 모습이다. 상연은 하연과 사뭇 다른 캐릭터로 설정됐다.
▲ 직설적인 ‘하연’을 연기했다. 본인의 실제 성격은 어떤가.
= ‘하연’과 성격은 닮지 않았다. 하연은 직설적이고 거침 없지만 저는 극도로 소심하고 남의 눈치도 잘 보는 편이다.
▲ 극중 ‘하연’은 무당인데, 이를 연기하기 위해 준비한 것은.
= 실제 굿판을 찾아가 참관수업을 받았다. 그분(무속인)들께서 한바탕 노는 자리니까 이런 곳에 와서는 많이 먹어야 된다고 챙겨주셨다. 실제 가서 보니 굿판은 누군가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위로해주면서 신명 나게 노는 자리이기도 하더라. 재밌게 놀면서 배우고 왔다.
▲ 가족이 다시 만나는 병원 장면은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그 장면을 위해 진웅이 형(배우 조진웅)과 특별히 이야기를 나눈 건 없다. 촬영 전에 형이 내게 와서 지그시 눈빛만 보냈다. 차분하게 촬영장에 들어갔는데 김영애 선생님이 계시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다. 그 장면에서 너무 많이 울기도 했는데 (같은 장면) 촬영이 계속돼 눈물이 거의 마를 정도였다. 눈물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을 때 김영애 선생님께서 먼저 위로를 해주셔서 울컥했다. 힘들다는 것을 이미 다 아시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시는 선생님이 큰 힘이 됐고 감사했다.
▲ 배우 조진웅 씨와는 같은 작품에도 많이 출연하고 사석에서도 친한 걸로 안다. 이번에 함께 찍으면서 새로 발견한 점이 있나.
=맨날 나랑 같이 놀러 다녀서 농땡이 부릴 줄 알았는데(웃음) 막상 촬영장에 도착해서 보면 준비를 많이 해왔더라 . 같이 놀았는데도 철저히 준비를 해오는 모습을 보니 더 믿음직스러웠다. 형님 오래오래 봅시다. 하하.
▲ 역할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편인가.
=저 같은 경우는 그런 게 없다고 생각했다. ‘어떤 캐릭터에 들어가고 나오고가 어딨나’라고 생각했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잔재들이 남아 있었다. 칼을 들고 닭을 손질할 때 문득문득 섬뜩해질 때도 있었고(웃음) 센 장면들을 찍고 집에 돌아와 혼자 텔레비전 보다가 북받칠 때도 있었다 .
정말 그런 게 있나 싶기도 했다.
▲ 악역을 많이 해왔는데, 악역으로 인해 불편한 점은 없었나.
= 예전에는 악역 전문이라고 하면 행인들이 지나가면서 욕하고 물건도 던지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관객 수준이 정말 높아져서 그런 지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냥 지나가면서 ‘이웃사람 이웃사람’ ‘단발머리! 단발머리!’ 이렇게 속삭이는 정도였다. (웃음)
▲영화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쉬는 날은 어떻게 보내는 지 궁금하다
= 식물 기르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베란다에 작게 상추, 고추 등을 심어 기르고 있다. 얼마 전에는 거금을 들여 식물도감책도 구입했다.(웃음) 어르신들께서 이 풀은 뭐고 저 풀은 뭐고 하고 다 아시는 게 참 신기하고 부러웠다. 이름을 모르는 식물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싶어서 책을 구입했다. 개인적으로 작은 텃밭을 가꾸는 게 꿈이기도 하다.
▲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장르가 있나.
=스타워즈 같은 SF 장르를 해보고 싶다. 공상과학 장르에 워낙 관심이 많기도 하고 좋아한다. 외계인 역할은 꼭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