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부실기업 늘어나는 한국은 황금알…IB·컨설팅사까지 군침

조선·해운·금융업종 경기부진 장기화 직격탄<br>재무투자자 부실자산 등 노리고 진출 앞다퉈

글로벌 구조조정 전문회사들이 한국 시장으로 몰려오는 것은 경기 부진이 길어지면서 한국 상장사 10곳 중 3곳이 반년 안에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올 정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부실 기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전문 지식을 가지고 부실기업을 제대로 구조조정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도 이들에게는 매력적이다. 한국보다 일찍 산업이 성숙한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30여년 동안 구조조정을 전문으로 해온 이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알릭스파트너스가 반년마다 한 번씩 발표하는 '기업 부실화 지표(CDI)'에 따르면 현재 국내 상장사 1,500곳 중 약 30% 정도가 반년 안에 파산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이다. 특히 세계 경기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조선업의 경우 75%가 파산 위기에 처한 것으로 분석됐으며 금융업(35%), 건설·부동산업(10%), 자동차관련부품업(10%) 등에도 위험 기업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업 구조조정, 중소기업 성장 정체로 국내 구조조정 시장 커져=3대 글로벌 구조조정 전문회사 중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에 진출한 알릭스파트너스의 정용환 한국대표는 12일 "이미 2년 전부터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진출 준비를 했다"며 "당시 우리가 한국 진출을 결정한 배경은 경기부진 장기화로 인한 대기업의 구조조정,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의 성장 정체, 사모펀드나 기관투자가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보유한 부실자산(NPA·Non Performance Asset) 관련 구조조정 매물 등 세 가지 측면에서 큰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 실제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STX·동양·동부그룹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 연쇄적으로 쓰러지고 있다.

정 대표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는 국내 기업이 유동성 공급 등과 같은 임시 방편으로 빠르게 회복됐지만 최근 경기 부진이 길어지면서 조선·해운·금융업 등은 펀더멘털 개선 없이는 살아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경기 부진 장기화로 국내 대기업들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이 힘들어지면서 연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성장 정체 문제도 한국 구조조정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대표는 "국내 대기업에 의존해 성장했던 중소기업이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며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을 해야 하는데 해외 거래처를 찾을 능력도,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 하더라도 이를 관리할 능력도 없어 이런 부분에서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사모펀드·금융기관·국부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투자한 부실기업 관련 시장도 구조조정 시장의 한 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사모펀드들은 과거 10년 전에 싸게 산 매물들을 별다른 노력 없이 거시 경제 회복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치가 높아져 큰 이득을 보면서 되팔았지만 이제 그런 시절은 상상하기 힘들다"며 "최근 국내에서 활동하는 사모펀드들이 투자한 기업의 가치 개선을 위해 사모펀드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국내 진입 무기는 구조조정 경험=글로벌 구조조정 전문회사들은 미국과 유럽 등 산업과 기업들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시장에서의 오랜 구조조정 경험과 전문 지식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업화된 구조조정 회사의 효시로 꼽히는 알릭스파트너스는 지난 1981년 미국에서 설립됐으며 그동안 제너럴모터스(GM), 코닥, 일본항공(JAL) 등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알릭스파트너스는 최근 구조조정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한국·일본·중국·싱가포르·홍콩 등 아시아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A&M도 비슷한 시기인 1983년에 설립됐으며 최근 한국을 비롯해 중국·홍콩·인도 등 아시아 지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알릭스파트너스는 현재 하이테크·자동차부품 업체와 재무적 투자자가 들고 있는 부실 자산에 대해서도 구조조정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A&M의 경우 코스닥에 상장된 스테인리스 업체인 대양금속과 해외 매출처 다변화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

대양금속 관계자는 "A&M이 전 세계에서 관계를 맺고 있는 고객이 상당히 많아 해외 거래처 확보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A&M 관계자도 "대양금속 같은 경우처럼 해외 수출과 매출 증대에 도움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업체에는 구매와 생산에서부터 영업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관리를 해주는 등 단순하게 의견을 내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기업 가치 개선에 필요할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구조조정 시장이 생각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거 IMF 시절처럼 한국 시장 자체에 대한 구조조정이라기보다는 개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조동환 유니창투 대표이사는 "일부 전문가들이 한국 구조조정 시장에 대해 수십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망하면서 큰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과거 IMF 시절처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들어와 손쉽게 돈을 벌어가는 그런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별 기업에 대한 이슈에 따라 구조조정 시장이 열리는 것"이라며 "글로벌 업체가 한국 시장 진출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지만 생각처럼 큰 이익창출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