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나승열 거평그룹 회장(월요 초대석)

◎“욕심없이 있는 만큼 투자하죠”/정경유착 했다면 오늘의「거평」 없을 것/정보통신등 허가받는 사업 진출 안해/새한종금 인수자금 충분… “항상 내돈으로 투자”/□대담:김성태 산업1부장『항간에 거평이 정치권과 줄이 있어 잘 나간다고들 합디다. 그런데 호남 출신에 학력이라고는 초등학교가 고작인 내가 줄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습니까. 거평의 성장은 너무 욕심을 내지 않고 있는 돈으로 사업을 하는 나의 경영철학 때문입니다.』 ○먼지 하나 없었다 나승렬 거평그룹회장의 말이다. 나회장의 말은 계속된다. 『정경유착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 말입니다. 그동안 국세청 등 여러기관으로 부터 여러차례 조사를 받았지만 먼지 하나 없었습니다. 정경유착을 했다면 오늘의 거평은 없었을 것입니다.』 나회장은 최근 새한종합금융 인수후에 다시 정치권과의 유착설이 제기되자 이같이 일축했다. 먼지가 있었으면 왜 털리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샐러리맨들의 우상으로 「한국의 마이더스」라는 평을 듣고 있는 나회장을 만나 그의 인생관·경영철학 등을 들어봤다. ―새한종합금융 인수자금으로 내년 1월1일까지 1천4백50억원이라는 거액을 마련해야 합니다. 자금출처에 대한 항간의 의혹이 적지 않은데요. ○「풀 베팅」 안한다 ▲사실이 아닌 소문은 시간이 지나면 의혹이 풀리게 마련입니다. 새한종합금융 인수자금 조달방법은 이미 마련돼 있습니다. 대한중석이 서울 명동에 사옥을 짓기 위해 마련한 부지 4백40여평과 포스코켐등 계열사들이 갖고 있는 주식을 처분하면 충분합니다.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려 사업을 하면 힘에 버겁습니다. 나는 있는 돈으로 투자하지 꿔서는 절대 안합니다. 그래서 가진 돈의 70%만을 신규사업에 투자하지 「풀 베팅」은 안합니다. ―최근들어 「산맥경영」을 강조하시는데 그 철학은 무엇이며, 지금 거평은 어느 산맥을 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거평이 정한 산맥은 특별히 없습니다. 인생살이와 마찬가지로 기업운영도 등산과 같다고 생각해서 산맥경영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나는 현위치에서 다음 봉우리가 어디냐만 생각할 뿐 어느 산을 정복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힘이 있고 능력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오를때까지 올라가보고 싶을 뿐입니다. 지금 야트막한 산봉우리 하나를 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거평을 어떤 모습으로 만들 계획이신지요. ○소비재 강화 방침 ▲거평은 석유화학·반도체·레저·건설·금융등 20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임직원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거평에 대한 인식이 그리 높지 않은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소비재사업을 강화해 볼까하는 생각입니다. 소비재를 해야 고객들과 친숙해져 기업이름이 널리 알려지기 때문이지요. 우선 거평프레야를 통해 의류사업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21세기 유망산업으로 꼽히고 있는 정보통신분야에 진출할 계획은 없는지요 ▲관에서 허가받는 사업은 안 할 생각입니다. 신규진출사업은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들어 자금회수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러다보면 자금이 묶이게 되지요. 정부에서 인가하는 사업은 로비를 해야하는데 거평은 줄이 없어 하기 어렵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하겠지만 현재로서 정보통신이 돈이 남는다고 해서 손을 대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나회장은 월급쟁이를 그만두고 기업을 일군지 10여년만에 30대재벌에 진입한 샐러리맨들의 우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자의반 타의반으로 밀려나고 있는 명예퇴직자들에게 한마디 조언해주시지요. ○사작때 실패 대비 ▲사업을 할 경우 모든 것을 걸지 말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제가 맨 처음 손댔다 실패한게 제약사업인데 그때는 모든 것을 걸었다 미련 때문에 계속 끌려다녔고, 그러다 망했습니다. 사업은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시작해야합니다. 그 사업에 모든 것을 걸면 마음고생이 심하고 사기를 당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턱없이 좋은 조건에도 현혹되지 말아야합니다. 그렇게 조건이 좋으면 자신이 하지 왜 남에게 주겠습니까. 마음을 정갈하게 갖는게 사업성공의 첫번째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가들은 일확천금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합니다. ―돈은 벌만큼 벌었다고 생각되는데 개인재산은 얼마나 되고 「돈」이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정확히 계산해보지는 않았지만 주식 등을 합해 한 1천억원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돈은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백억원미만의 돈은 개인재산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이 되면 사회의 공유물인 것이지요. 남들이 나를 재벌회장이라고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게 주어진 역할을 하고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재벌의 반열에 들어섰는데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한 평소 생각은 어떻습니까. ○사회 이바지 할 것 ▲우수한 인재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가 되면 그 책임은 어느 정도 했다고 생각합니다.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지원하는게 기업의 역할이고 그런기업은 소비자, 주주, 일반등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기업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사회에 이바지하는게 아닙니까. ―사람은 일생에 3번의 기회가 있다고 하는데 나회장의 기억은 어떻습니까. ▲20대 때는 굶지 않으려고 밤낮으로 뛰었습니다. 그후 30대 중반까지는 전문회계인이 되려고 분투해 국졸로 상장회사의 경리부장이 됐습니다. 30대중반에는 사업을 일으켜 40대중반에 성공의 기반을 구축했지요. 기회란 그 순간에는 잘 모르는 법 아닙니까. 이제 지내놓고 보니 나에게는 크게 세번의 기회인것 같습니다. 갈림길에서 선택을 잘 한 것 같습니다. 나는 한마디로 운이 좋은 사람이지요. <정리·김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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