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에 백화점들이 판매한 상품권 매출이 큰 폭으로 꺾이며 접대비 증빙 조치의 위력이 발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행한지 한 달도 채 안된 시점에서 접대와 관련이 많은 업계는 추락하는 매출상황을 보며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뽀쪽한 돌파구가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백화점업계가 이번 조치이후 상품권의 매출동향을 조사, 최근 국세청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업체별로 최고 20%까지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최악의 불경기에도 한 자릿 수 성장을 기록했던 백화점 상품권 시장이 설 대목을 앞두고 급락한 것은 접대비 증빙의 영향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 2일부터 21일까지 설 직전 20일간의 판매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7% 감소했고, 현대백화점은 20.2%, 신세계백화점은 12.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2001년 설 직전 20일간 상품권 매출 신장률이 무려 42.4%에 달했고, 2002년에는 46.8%로 매출이 엄청나게 늘었던 것에 비해 올 같은 기간에는 무려 15% 이상 줄어들었다. 현대백화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는 지난 2001년 설 직전 20일간 상품권 매출이 6.4% 신장한데 이어 2002년에는 15.7% 늘었고, 지난해에는 3.6%로 탄력을 유지하다가 올해에는 20.2% 감소하며 주저앉고 말았다.
하지만 상품권 판매가 된서리를 맞은 와중에도 올해 전반적인 설 경기는 전체 매출이 신장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백화점 관계자는 “평소 백화점 전체 매출중 상품권이 차지하는 매출이 약 10%에 이른다”며“하지만 설이나 추석 명절직후 상품권 매출은 총매출의 15%까지 치솟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접대비 증빙 조치가 없었더라면 지금쯤 백화점 매출 신장 폭은 더욱 확대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아지오코리아, 진로발렌타인스,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위스키업체들의 매출도 환란 이후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다. 위스키업체들은 올해 매출실적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평균 30~40% 떨어진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점점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4인 1팀 기준 라운드 비용이 대부분 80만원을 훌쩍 넘는 골프장의 경우 접대가 많지 않은 겨울철인 데다 상당수 골프장이 휴장 중이어서 주말 예약 취소 등은 많지 않은 상황. 하지만 골프장업계는 정상 영업이 재개되고 날씨가 풀리는 다음달 중순 이후부터는 영업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번 조치가 경제5단체 등과 세정혁신위원회를 통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므로 업계의 재고 건의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견해차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고려대학교 이만우교수는 “국세청의 접대비 증빙조치는 접대를 빙자, 상품권깡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유용하거나 뇌물을 주던 관행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며 “경기전망이 아직 불투명해 실시 타이밍은 좋지 않지만 후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설에 상품권 매출이 최고 20% 감소했다고 하는데 이 같은 수치는 그 동안 부풀려졌던 거품이 걷힌 실상일 수도 있다”며“위스키 매출도 급감했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지금 경제가 마비돼있느냐”라고 반문했다.
한편 주류업계의 관계자는 “접대비 증빙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불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야 할 길”이라며 “정치판에서 나는 `억`(億)소리로 돈 가치가 땅에 떨어진 측면도 있지만 50만원으로 4~5명을 접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일정 부분 현실화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생활산업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