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믿기힘든 중국 통계자료

중국 국가통계국은 최근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 여파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중 외자유치 실적이 47억4,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37.2% 늘어 났다고 발표했다. 21세기 전대미문의 사건의 하나로 기록될 `사스`라는 대재앙 속에서도 중국의 외자유치 실적이 이처럼 늘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일 수 있느냐다. `사스`라는 복병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그냥 믿기에는 어딘지 찜찜한 구석이 있다. 중국 언론들 조차 국가통계국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 차이징스빠오(財經時報)의 경우 4월중 외자유치 실적이 40억2,000만달러로 17%밖에 늘지 않았는데도 국가통계국이 부풀려 발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질까. 그 이유는 실제 실행된 액수가 아니라 과거의 전망치를 가감없이 대외에 내놓은 데서 비롯됐다. 그러니 다른 통계치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바보`나 다름없다. 통계대상이 부족하고, 국가ּ부문별 투자액 등 공개돼야 할 통계치가 제대로 공표되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를 상세히 집계하는데도 중국의 반응은 아직 `노(No)`다. 중국 위생부가 발표하는 사스 통계도 마찬가지다. 의심(suspected)과 추정(probable)환자로 분류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에 맞추지 않고, 확인환자만 추정환자로 분류하는 독자적인 통계 기준을 고집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이 사스 환자가 급감했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WHO는 아직도 이를 믿지 않는다. WHO와 중국 기준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실상에 가까운지는 지금 판단하기 이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국가가 통일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WHO가 세계 사스 실태를 파악, 대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개방을 확대하면서 진정한 글로벌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그 후속 조치 가운데 하나로 최근 국내총생산 등 경제 관련 국가통계 작성 방식을 국제기준에 맞출 것이라고 공약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이 약속을 빨리 이행하고, 사실을 사실대로 알리는 것이 진정한 글로벌 국가로 나아가는 시작일 것이다. <고진갑기자(베이징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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