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하락(원화가치의 상승)은 물가와 수출입ㆍ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치게 된다. 통상적으로 환율이 하락하면 물가는 내려가지만 수출이 감소하고 성장률이 둔화되는 등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효과가 동시에 발생한다. 그러나 올해처럼 경기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환율하락은 기업채산성악화ㆍ수출감소ㆍ성장률둔화 등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ㆍ달러환율이 10% 하락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평균 1%포인트 떨어지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은이 경기부양을 위해 올들어 2차례 콜금리를 인하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환율하락에 따른 물가안정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올들어 9월까지 환율하락으로 소비자물가는 0.4%포인트 끌어내렸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문제는 환율하락이 해외시장에서 국내상품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외화표시 상품가격이 올라 구매력이 떨어진다. 또 수출선을 유지하기 위해 상품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기업의 채산성은 악화된다. 물론 환율하락은 원유와 같은 원자재 수입부담이 줄지만 설비 등 자본재수입 증가로 인해 전체 수입은 늘고 수출은 줄게 된다.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안팎. 그러나 내수 침체형 불황을 겪고 있는 올해는 수출이 유일한 성장동력이어서 수출의 경제성장률(3%대)기여도는 8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율이 10%떨어지면 경상수지는 40억달러 줄게 되며, 이 같은 수출입 감소는 경제성장률 0.8%를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한다. 또 원화가치의 상승은 내국인의 해외여행을 부추겨 여행수지 적자를 더욱 악화시킬 우려도 크다.
박봉규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9월중 사상 최대 수출실적을 기록했지만 환율하락을 예상한 밀어내식수출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하락으로 중소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상장제조업체의 영업이익은 8조5,000억 가량 줄고, 경상이익율은 2.7%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변동에 무방비 상태인 중소기업일수록 채산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원화강세가 일본엔화강세와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수출이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너무 과잉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