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세좋던 IMF... `사면초가' 주눅

09/18(금) 17:59 국제통화기금(IMF)이 사면초가로 몰리고 있다. IMF에 대한 비판은 그동안 경제학자 등 민간 차원에 그쳤으나 최근 들어 국제경제기구들도 IMF의 무능과 실책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나서고 있다. 개도국 입장을 옹호해온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17일 IMF의 긴축재정 처방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위기가 더욱 악화됐다며 정면으로 비판했다. IMF가 외환·금융위기에 빠진 개도국 금융지원에서 늑장을 부려 외자의 대량유출, 통화가치의 급락을 부추겼으며 잘못된 처방으로 금융경색까지 유발, 채무불이행(디폴트)사태까지 야기했다는 것이다. IMF가 취한 조치가 사후약방문 정도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고있다는 주장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IMF의 고금리 처방으로 경제위기국들의 기업·금융기관들이 자금 압박에 몰려 대량 도산위기에 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에나 적합한 경제정책을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견해다. IMF는 재원까지 급감하면서 세계경제 위기에 우왕좌왕하는 등 대책은 커녕 러시아 중남미 금융위기 진화라는 발등의 불도 제대로 끄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재원문제는 심각한 지경이다. IMF는 아시아, 러시아를 돌아 중남미까지 상륙한 세계적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자금지원을 요청받고 있지만 곳간은 거의 고갈 상태다. 지난 주말 스탠리 피셔 부총재는 가용 재원이 90억달러 미만에 불과, 당장 시급한 대 중남미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미 하원이 17일 IMF의 차관제공 관행에 대한 전면 개혁을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180억달러 규모의 대 IMF 추가출자 요구를 거부했다. 야당인 공화당이 클린턴 미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기점으로 IMF 지원법안을 정치적 협상수단으로 사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한마디로 IMF로서는 돈도 없고 행동도 제약받는 초라한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1년전 세계경제의 후견인으로 당당하던 모습을 찾아 보기 어려워졌다. 지난해 아시아 외환·금융위기때 소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조금씩 새어나왔던 IMF의 고금리·초긴축재정 정책 비판여론도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거세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제프리 삭스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IMF에 근무중인 현재 연구원 수로는 회원국 전체를 일일이 관찰할 수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외환·금융위기국들의 경제시스템을 개혁하려는 자체가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어 『미셸 캉드쉬 IMF총재가 러시아 경제위기를 해결하기는 커녕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장본인』이라며 자진 사퇴를 거론했다. 지난 92년 러시아에 필요치 않은 원조를 강행했던 반면 정작 개입이 필요했던 공기업 민영화과정을 나몰라라 하는 실수를 저질러 경제를 망가뜨렸다는 것. 세계적인 해지펀드의 대표주자인 조지 소로스마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소로스는 지난 15일 미 하원에서 IMF가 세계금융위기 대처에 무능하다며 각국의 금융감독기관을 감독할 국제금융감독기구를 창설, 이를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방선진국(G7)은 지난 14일 런던회의에서 IMF를 세계 금융위기의 해결을 주도할 국제기관으로 거론했으며 미국도 IMF 카드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G7의 바램과는 달리 IMF는 점차 고립무원의 처지로 추락하고 있어 세계 금융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인철 기자】 <<연중 영/화/무/료/시/사/회… 일간스포츠 텔콤 ☎700-9001(77번코너)>>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