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유럽 신용 강등 후폭풍] 수출·내수 동반 침체… 벌써부터 추경·금리인하 카드 거론도

■1분기 마이너스 성장 우려<br>경기 불안감에 기업들 투자 미뤄<br>계절적 요인까지 겹쳐 시장 암울<br>해외 투자銀 비관적 전망 잇따라


한국 경제에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경기둔화와 유럽 재정위기로 성장동력인 수출전선이 흔들리고 있는데다 내수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에 빠져들면서 '내우외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에 계절적 요인까지 감안하면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1ㆍ4분기 마이너스 성장의 근거는 크게 세 가지. 올해 '상저하고'의 경기흐름이 예상된다는 점과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으로 기업이 투자 시기를 최대한 늦출 것이라는 점, 통상 4ㆍ4분기에 비해 1ㆍ4분기 성장률이 낮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실제 올해 1~10일 현재 수출실적(통관기준)은 118억5,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119억5,000만달러)보다 0.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통상 4ㆍ4분기에는 밀어내기 수출 등으로 국내총생산이 다른 분기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1ㆍ4분기에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계절적 요인에다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으로 수출과 내수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성장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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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투자은행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같은 전망에 동조하고 있다. 노무라 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 1ㆍ4분기에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충격과 중국 수요 부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이라며 "전기 대비 -0.1%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위스의 대형 금융그룹인 UBS도 1ㆍ4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UBS는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1.9%로 제시했다. 올해 '상저하고' 흐름을 감안하면 이는 사실상 1ㆍ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언급했다. 김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4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을 밑돌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당초 4ㆍ4분기 성장률을 전기 대비 1.0%, 전년 동기 대비 4.0%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추가경정예산' 내지 '금리인하' 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노무라는 한국 경제가 연초에 마이너스 성장을 실현할 경우 정부가 12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준금리 역시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0.25%포인트씩 모두 0.5%포인트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총선과 대선 등 정치적 일정이 맞물린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배상근 본부장은 "올 1ㆍ4분기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에서 긍정적인 요인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며 "1ㆍ4분기에 '제로' 내지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의 개입이 필요할 시점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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