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5월 4일] '자전거 생활화' 안전이 선결돼야

자전거가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학교 갈 때도 이웃이나 어른들 심부름 할 때도 자전거를 탔다. 특히 일요일이나 쉬는 날이면 자전거를 탄 친구들끼리 뭉쳐서 들과 강 등 온 마을을 휘젓고 다녔다. 지금 생각하니 안전하고 멋진 하이킹이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하고 자동차 보급이 대중화되면서 자전거는 생활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집집마다 있던 자전거들은 애물단지로 변해 집 한구석에 버려졌다. 최근 이랬던 천덕꾸러기 자전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기조를 맞아 주목 받으면서 정부나 지자체가 잇따라 자전거 보급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3일까지 녹색성장위원회와 행정안전부ㆍ경상남도는 공동으로 전국 규모의 ‘제1회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서 자전거 투어단은 서울을 출발해 9일 동안 전국을 누비고 투어단이 지나는 지방에서는 동호인ㆍ주민 등 3만~4만명이 참여해 자전거 퍼레이드 등 자체 축제를 가졌다. 마지막날인 3일 오전10시부터 창원시청 광장 일원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 주요인사와 전국 광역단체장, 자전거 동호인, 시민 등 6,000여명이 창원시의 공영자전거 누비자를 타면서 막을 내렸다. 자전거 타기 정부정책의 로드맵은 올해부터 오는 2018년까지 10년간 1조2,456억원을 들여 총 3,114㎞ 구간의 ‘자전거도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행주대교를 시작으로 강화, 목포, 부산 해운대, 포항, 고성 통일전망대를 돌아 행주대교 종점으로 연결되는 거대한 ‘자전거도로 벨트’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녹색성장을 향한 자전거 타기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거창한 계획에 앞서 해야 할 일이 있다. 경남 창원시와 같은 지자체들이 벌이고 있는 자전거 타기 생활화 운동에 주력하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안전’과제를 먼저 해결하는 일이다. 지금은 옛날과 달라 도심지의 도로가 온통 자동차로 물결을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전거도로를 만든답시고 차선을 기준보다 좁히고 차도에 대리석을 올린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창원시 공영자전거 시스템은 행정안전부도 국가 자전거정책 모델로 삼을 정도로 훌륭하다. 하지만 안전을 우선 생각하는 정책 입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안전부터 챙기지 않으면 또 다른 전시 행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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