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SKG 회생, 이제부터 시작이다

SK㈜ 이사회가 지난 15일 SK글로벌에 대한 매출채권 8,500억원을 출자전환키로 결의함에 따라 SK글로벌의 향후 진로는 일단 회생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직 SK㈜의 외국인 주주와 노조ㆍ소액주주연합ㆍ시민단체 등이 이에 반대하고, 그 중 일부는 제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까지엔 시간이 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세가 바뀌진 않을 전망이다. 그 동안 출자전환 규모를 놓고 채권단과 그룹간에 옥신각신이 있었다. 채권단은 그룹측이 매출채권 4,500억원의 출자전환 계획안을 제시하자 자구노력이 미흡하다면서 청산형 법정관리에 넣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그룹측은 국내매출채권 8,500억원의 출자전환을 내용으로 한 자구안을 내놓았고, 채권단도 이를 승인했다. SK㈜ 이사회가 출자전환 계획을 승인한 것은 이 안이 거부될 경우에 그룹의 운명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할 것이다. 이 안이 거부돼 SK글로벌이 청산되고, 그룹이 해체되며, SK㈜를 포함한 여타 계열사들이 유동성의 위기에 몰리고,이에 대한 금융권의 부담을 상정한다면 회생 이외의 선택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이번 이사회 결정은 전적으로 사외 이사들이 내렸다는 점도 특기할 일이다. 대기업의 경영에 관한 결정이 오너와 전문경영인을 배제한 채 이뤄진 예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외이사의 위상과 책임이 높아졌음을 실감케 된다. 그리고 사외 이사들이 외국인 주주 등으로부터 배임혐의 고소ㆍ고발 위협을 받으면서 내린 결정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SK측은 이사회 결정이 상업적 판단에 기초한 것이라고 밝혔다. 배임죄는 아무런 판단도, 책임감도 없이 거수기 노릇을 함으로써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경우에 물려야 한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SK글로벌을 살리자는 주장은 회생의 가치가 크기 때문이 아니라 청산하면 손실이 더 크기 때문에 일단 현재 상태로 유지하자는 얘기다. 그만큼 사업의 전망성을 낙관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SK글로벌이 회생하려면 영업력을 회복해야 한다. 당장은 계열사들이 이를 위해 지원을 하도록 하고 있으나 그것은 응급처방에 지나지 않는다. 근본적인 회생책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함께 수익성 있는 사업분야를 개척해야 한다. 또한 사심 없고 유능한 전문경영자를 영입하는 것은 물론, 경영의 안정을 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태원 회장은 이번 결정으로 경영권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부실경영으로 징역3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상태다. 그에게 보다 자유롭고 책임 있게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박동석기자, 김대환기자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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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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