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 현장에서는 법정에서 막말을 일삼은 일부 판사에 대한 호된 질책이 쏟아졌다. '막말 판사'에 대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을 두고 거센 성토의 발언이 줄을 이었다.
판사는 국민에게서 나온 사법권을 대신 행사한다는 헌법 정신을 되새겨 본다면 백 번이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당연한 지적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날 선 비판을 듣고 있던 기자들에게선 정작 씁쓸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국감 현장에서 펼쳐진 국회의원의 언사는 막말 판사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은재 한나라당 의원은 "수감기관장은 물론 배석한 법원 고위 관계자들을 보니 여성이 한 명도 없다"며 통상적인 재판 업무를 소화하고 있을 여성판사를 데려오라고 주장했다. 이는 국감 기간 중 수감기관의 업무방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원장과 수석부장 등 필수 인원만 참석한다는 원칙을 무시한 발언이었다. 막무가내로 여성 부장판사를 불러오라던 이 의원은 여성 기획법관이 오전 10시부터 줄곧 국감장을 지켰다는 사실은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수감기관장의 대답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음 질문을 진행하는 의원은 손꼽을 정도로 적었다.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려는 구욱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말허리는 연거푸 잘려나갔다.
색깔론에 토대를 둔 막무가내 발언도 적지 않았다. 이진성 서울중앙지법원장과 법원 직원들이 지난 5월29일 청색 운동복을 입고 걷기대회를 벌인 것을 두고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언성을 높였다. 박 의원은 "6∙2지방선거 앞두고 한나라당을 연상하게 하는 옷을 입은 이 법원장의 행동은 이재오 특임장관이 파란 옷 입고 캠페인을 벌였다 선거지원 혐의로 고발된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춘석 의원이 "선관위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 법원장이 파란 옷을 입고 대규모 운동대회를 진행한 것은 신중치 못한 처사"라고 비난하자 법원 관계자들은 물론 취재 기자들조차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이제 법원 단체복 맞출 때 색의 의미까지 고려해야 하는 거냐"며 허탈해했다.
목소리를 높이는 의원들의 모습에서 막말판사의 그림자가 아른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