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주의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낮은 상태입니다.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와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제일모직(028260) 등이 수익률을 끌어올릴 것입니다."
백재열(사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 운용1팀장은 22일 기자와 만나 올해는 실적 개선과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삼성그룹주 펀드의 성과를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백 팀장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4·4분기 잠정 실적이 5조원대로 나오면서 지난해 3·4분기 실적이 저점이었음이 증명되고 있다"며 "스마트폰 재고 처리가 어느 정도 완료됐고 비용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나 올해는 연간 실적이 지난해 대비 10%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삼성그룹주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종목이지만 지난해 상장한 삼성SDS·제일모직도 시장의 관심거리다. 백 팀장은 "삼성SDS와 제일모직 주가가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라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조정 기간을 거치면서 주가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백 팀장은 "지주사 전환 이슈가 있는 그룹주 가운데 특정 주식이 순환고리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지가 중요하다"며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오너 3세들의 지분 비중이 높고 순환출자구조에서 정점에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가격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분할 매수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제일모직 비중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으로 이뤄진 순환출자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제일모직 지분을 23.24% 보유하고 있다. 삼성SDS도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3세들의 지분이 19.5%임을 감안하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백 팀장은 지난 2004년부터 12년째 삼성그룹주 펀드를 운용해오고 있는 이 분야의 대표 전문가다. 그가 운용하고 있는 한국투자삼성그룹주 펀드에는 현재 3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려 있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 2(주식)'이 1조6,208억원 규모로 가장 크고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 1(주식)(1조1,349억원)' '한국투자삼성그룹 1(주식)(3,082억원)' '한국투자삼성그룹리딩플러스 1(주식)(2,539억원)' 순이다. 이 밖에 채권혼합형인 '한국투자삼성그룹자 1'에는 602억원, '한국투자퇴직연금삼성그룹40자 1'에는 70억원이 들어와 있다.
지난해 대형주가 주식 시장에서 소외당하면서 시가총액 규모가 큰 삼성그룹주들 역시 부진해 펀드 역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 2(주식)'은 최근 1년간 -14.26%를 기록했고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 2(주식)'을 비롯해 모든 주식형 삼성그룹주 펀드가 최근 1년 사이 -9%~-15%의 수익률을 보였다. 그나마 채권혼합형 상품들은 채권이 수익률을 지켜낸 덕분에 -3~1% 수준의 1년 수익을 나타내고 있다.
백 팀장은 올해는 지난 3년간 강세를 보인 중소형주들의 주가가 비싸지면서 인기가 떨어지고 다시 대형주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올해 삼성그룹주에 투자한다면 저가에 매수할 수 있다"며 "중소형주 및 가치주 펀드의 고평가가 우려되는 투자자들이라면 삼성그룹주 펀드에 가입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