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나라곳간만 축낸 정부사업 연 350건

비효율적 사용·중복편성 등 국토부 45건으로 가장 많아

실시간 감시시스템 만들고 예산낭비 신고제 강화해야

세수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예산을 낭비했다가 국회나 감사원 지적을 받은 정부 부처 사업이 연간 35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17일 기획재정부 발주로 작성한 '재정집행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 연구보고서에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조세연이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의 2012년 결산 검토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된 573건의 정부 사업 중 326건(57%)이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분류됐다.

집행단계에서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된 사업이 249건으로 가장 많았다. 예비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하거나 다른 부처와 중복사업을 벌이는 등 예산편성에 문제가 있는 사업은 155건,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사업은 35건이었다. 문제가 복합됐을 때는 중복 집계한 결과다.


비효율적 재정사업이 많은 부처는 국토교통부(45건), 국방부(28건), 보건복지부(22건) 등이었다. 국토부와 복지부는 국책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산 집행률이 부진하고 국방부는 해외파병사업·부대훈련 등의 명목으로 받은 예산을 집행하지 않거나 다른 사업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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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뿐만 아니라 예산 검토보고서에도 각종 국책 건설사업과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예결위가 2013년 예산안에서 검토한 사업 412건 가운데 262건(64%)이 비효율적 재정사업으로 선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21건)의 지적 건수가 가장 많았고 국토부(20건), 미래창조과학부(17건)가 뒤를 이었다.

이처럼 국회의 예·결산 검토 과정에서 예산 낭비 문제가 계속 제기되지만 재정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재정관리점검회의가 있지만 재정을 총량 중심으로 관리하는 데다 부진한 사업에 대한 일회성 대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박노욱 조세연 성과관리센터장은 "예산 집행 단계에서 실시간으로 비효율이 발생하는 원인을 관리하고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실시간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예산낭비 신고제도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처 간 중복사업을 없애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처럼 정부 차원에서 설정된 정책과제의 경우 여러 부처가 동시에 경쟁적으로 사업을 개발해 중복투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 센터장은 "중복투자가 일어나는 정확한 원인에 대한 분석 없이 국회, 감사원의 적발 위주로 관리가 진행되고 있다"며 "부처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중복사업을 점검하고 범정부적 사업은 따로 성과관리체계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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