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유통가도 응답하라 1997

케이블 드라마 신드롬에 거센 복고 패션 열풍<br>색양말·카고 바지 등 90년대 아이템 매출 쑥

복고 열풍으로 청셔츠·청바지패션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여성 고객들이 백화점 캐주얼 브랜드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백화점

서울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박희윤(31) 씨는 이번 추석에 인천에 사는 부모님과 친척들을 만나 오랜만에 웃음꽃을 피웠다.

대화 화제는 '복고 패션'이었다. 주로 캐주얼 차림을 즐기는 박 씨는 카키색 카고바지에 데님셔츠(일명 청남방)을 입고 보라색 양말을 신었다. 박 씨보다 한 살 어린 사촌 남동생도 비슷한 차림새였다. 박 씨는"친지 어른들이 나와 사촌들을 보고'1990년대 후반 고등학생 때 같다'고 말씀하셔서 요즘 복고 패션이 대유행이라고 귀띔해드렸다"고 전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케이블 TV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하 응답하라)'에 힘입은 복고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뜨거운 복고 바람이 꽁꽁 얼어붙은 소비 경기를 녹여주는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3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복고 상품이 '핫 아이템'으로 떠오른 가운데 복고 상품의 주 소비계층은 19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20대 후반에서 30대들이다.

복고 상품 중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색양말이다. 올 1월부터 8월까지 롯데백화점의 색양말 판매는 50%나 급증했으며 전체 양말 판매에서 색양말이 차지하는 비중도 70%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 색양말 비중이 30% 에 머물렀던데 비해 매출 비중이 2배 이상 뛴 것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양말 전문 브랜드 '니탄'은 디스플레이 상품 중 색양말 비율이 90%가 넘는다"고 말했다. 본점 5층 레노마 셔츠는 복고열풍을 파악하고 색양말만 취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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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청(청셔츠)·청(청바지)'패션도 다시 부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진브랜드인'리바이스'에서는 청셔츠와 청바지를 함께 구매하는 고객이 40% 나 증가했다. 리바이스 매장은 마네킹 코디도 청·청 세트로 바꿀 정도다.

스포츠화도 클래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7층 리복에서는 1990년대 초반 인기 스포츠화인 '펌프 퓨리' 시리즈가 복고 열풍을 기반으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9월 리복 매출에서 펌프 퓨리 운동화는 전체의 20~30%를 차지했다.'펌프 퓨리'는 기능성 운동화로 처음 출시된 이래로 20년 가까이 사랑 받고 있는데 최근 디자인, 기능 등을 개선해 다시 출시하면서 고객의 선택을 받는 것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1990년대 소비자들에게는 추억으로, 현재 10~20대 젊은이들에게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라며 "불황으로 굳게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이 복고 바람이라는 감성 마케팅에 조금씩 열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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