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의 날개 없는 추락에 자원 수출국들이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브라질·러시아 등 이머징마켓(신흥시장)으로 주목 받던 나라들이 저유가 국면 이후 화폐가치가 급락하는 등 금융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브라질 헤알화는 달러당 3.4924헤알로 올 들어 가장 낮았던 2.5735헤알(1월27일)과 비교하면 35%나 급등(헤알화 가치하락)했다. 앞서 지난 6일에는 달러당 3.5356헤알을 기록해 2003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통신은 원자재 가격이 떨어진 것이 브라질 통화 가치 급락의 원인이라며 유가가 40달러 이하로 내려앉을 경우 달러당 4헤알까지 가치가 추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유가가 금융위기를 부채질하면서 브라질 경제도 나빠지고 있다. 실업률은 연초 5%에서 6월 6.3%로 상승했고 신용불량자 숫자는 5,000만명대로 늘어난 가운데 물가는 계속 올라 내수시장이 사실상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브라질 경제에 대한 외부의 평가도 혹독하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11일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기존 'Baa2'에서 투기 직전 등급인 'Baa3'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7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이 1.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보도에서 "브라질이 브릭스(BRICS) 중 하나로 글로벌 경제의 원동력이었지만 이제 이머징마켓의 환자로 전락했다"고 혹평했다.
브릭스의 한 축으로 브라질과 함께 주목 받았던 러시아도 유가하락으로 금융위기 직전에 몰렸다. 전체 수출 중 원유와 가스가 75% 정도를 차지하는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는 달러 대비 지난 12개월 사이 40% 이상 떨어져 반 토막 난 상황이다. 통화가치 하락은 국내 경기침체로도 이어졌다. 최근 러시아 국가통계청에 따르면 러시아의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4.6%를 기록했다.
저유가로 인한 금융위기 조짐은 다른 신흥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남미의 대표적인 자원 강국으로 수출의 95% 정도를 석유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의 경우 올해 인플레이션율이 20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마크 챈들러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 애널리스트는 "유가 폭락으로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의 경제위기가 심각하다"며 "유가가 더 떨어질 경우 디폴트 가능성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