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조폭 용어' 해석 따라 중형-무죄 엇갈려

조폭들의 용어를 정황상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놓고 1심과 항소심 법원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려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 장안동 폭력단체 조직원 최모씨는 1996년 10월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술값200만원을 내지 않았다가 시비 끝에 이 술집 업주가 부른 폭력단체 조직원 10여명에게 두들겨 맞았다. 이 소식을 들은 박모(43)씨는 현장에 나가 최씨가 술값 200만원을 안냈다는 말을 듣고 부하들에게 "돈 가져와"라고 소리를 질렀고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부하 `주먹'들이 둔기를 들고 달려들어 상대편 조직원들을 제압했다. 이어 박씨는 한 호텔로 이동해 부하인 석모씨를 불러 최씨의 집단구타 사실을 알려주면서 "애들이 있는 옆방으로 건너가 자세한 내용을 들어봐"라고 지시했고 이말이 떨어지자 석씨는 흉기로 무장한 부하들을 데리고 `전쟁(패싸움을 일컫는 은어)'을 나가 상대편 조직원 1명을 살해했다.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박씨가 "돈 가져와"라고 한 것이나 "자세한 내용을 들어봐"라고 지시한 것이 조직 내 은어로 폭력 행사를 의미한 것이라며 `상해치사 교사죄'를 인정, 지난해 9월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돈 가져오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고 부하들이 `돈' 대신 `흉기'를 휘둘렀는데도 만류나 질책을 하지 않았으며 최씨의 폭행피해에 분개하며 석씨를 부른 점등을 보면 일련의 발언은 상대 조직을 기습공격하라는 취지로 볼 수 있다는 해석에따른 판단이었다. 하지만 2심 법원인 서울고법 형사6부는 박씨가 부하들에게 그같은 행위를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금년 1월 무죄를 선고했다. 박씨가 `술값 200만원 때문에 집단구타한 것은 너무하다'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돈 가져와"라고 하자 부하들이 둔기를 들고 달려들긴 했지만 박씨는 이를 말렸으며당시 양측이 술값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려는 분위기였다는 상대편 조직원의 증언이무죄판단을 뒷받침했다. `전쟁'을 나갔던 석씨는 박씨가 시켜서 한 일이라고 진술했지만 재판부는 석씨가 `전쟁'의 결과를 박씨에게 따로 보고하지 않았고 자신의 재판 내내 박씨의 지시를 언급하지 않다가 뒤늦게 말한 것이 미심쩍으며 당시 경찰에 최씨 집단구타 사건수사를 의뢰했던 박씨가 `전쟁'을 지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본 것이다. 결국 `조폭용어' 해석 등을 놓고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였던 이 사건과 관련해 박씨에게 무죄가 나자 검찰이 불복해 상고키로 함에 따라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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