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노사갈등 해결 관심올해 석유화학업계와 화섬업계의 최대 화두는 구조조정과 노사갈등 해결이 될 전망이다.
유화ㆍ화섬업계는 모두 생산능력면에서 미국ㆍ일본ㆍ유럽에 이어 3~4위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개별 기업 경쟁력은 미국 등 세계적인 업체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이 긴급한 현안으로 대두하고 있지만 각 기업들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모두 찬성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냐는 '각론'에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
또 지난해 일부 업체가 수개월간 이어진 파업 등으로 수천억원대의 생산차질을 빚는 등 어려움을 겪은 바 있지만 올해도 구조조정과 맞물려 노사관계가 핫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실업체 처리
화섬업계 관계자는 "매출 2,000억원을 올리던 폴리에스터 원사 생산업체인 대하합섬이 결국 매각되지 못하고 청산절차에 들어가고 생산설비가 고철로 전락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단이 업종 현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채권회수라는 단견을 밀고 나가면서 결국 매각이 실패로 돌아가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화섬의 경우 현재 금강화섬, 새한 등이 구조조정 대상.
금강화섬은 코오롱이 700억원대에서 인수의사를 밝혔으나 채권단이 2,000억원 이상을, 새한 구미공장은 휴비스 등이 1,500억~2,000억원 수준에서 매입을 검토하는 반면 채권단은 4,500억원을 주장하는 상태다. 매입 의사가 있는 기업과 채권단의 금액이 두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유화업계도 마찬가지다. 매출 3조원대의 현대석유화학을 인수능력을 가진 국내업체는 사실상 호남석유화학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이 매각조건을 완화하거나 혁신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어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결국 채권단과 정부로서는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에 이른 것이다.
보다 현실적인 시각으로 접근, 전체 업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혜안을 보여야 할 상황이다.
◇노사갈등
지난해 화섬업계에서는 효성과 태광산업, 유화업계에서는 여천NCC가 극단적인 노사갈등으로 수천억원대의 매출손실은 물론 이미지 하락이라는 피해를 봤다.
한 기업의 CEO는 "이런 환경에서는 도저히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면서 "가능하다면 모든 생산설비를 국내에서 해외로 옮겼으면 하는 게 본심"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태광산업은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현금 창출능력, 업계 최저 수준의 부채비율을 바탕으로 승승장구를 해왔으나 파업으로 기업 근간이 흔들리는 위기를 경험했다.
지난해 500명에 달하는 인력 구조조정을 놓고 노사가 극한대립으로 치닫으면서 사상 최초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경영적 어려움을 겪었다.
평행선을 달리는 노사갈등의 피해가 무엇보다 크다는 점을 인식한 태광산업 노조는 최근 민주노총을 탈퇴, 노사화합에 나서기로 했다. 노사갈등의 폐해를 반증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노사화합은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라면서 "노사관계의 성숙을 위해 보다 심도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인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