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유화업계에서는 이라크전 발발과 선진국 등 세계경기의 불확실성이 상당한 위협요인으로 꼽힌다. 정유업계는 석유수입사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 업종에서 매각이 막바지에 이른 현대석유화학과 인천정유 또한 향후 업계판도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석유화학, 하반기 본격 시황 회복 = 일용품에서 산업재까지 망라하는 기초산업의 특성상 유화업종은 경기에 가장 민감해 경기 변수가 성장의 가늠자다. 박영훈 대우증권 연구원은 “가계신용 불안 등이 국내변수, 이라크전 발발ㆍ선진국의 경기가 국제 변수”라며 “내외 변수가 상반기 중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 하반기엔 본격적인 회복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박훈 석유화학협회 부회장은 “지난해 말 발생한 싱가포르, 타이완 등의 화학공장 사고와 최근 중국의 낮은 재고수준 등으로 국내 업체가 수요회복기를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수출이 늘수록 중국과의 통상마찰도 심해질 것”이라며 “효과적인 통상대책 수립과 중국에 직접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매각 초읽기에 들어간 현대석유화학과 3월까지 외자유치를 마치고 합작기업으로 변신하는 삼성종합화학은 유화업계에 대형화ㆍ전문화ㆍ고부가가치화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대부분의 유화업계 관계자는 현대유화 매각이 완료되면 살아남기 위한 업체간 합종연횡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삼성종합, LG화학 등이 기술우위를 바탕으로 주력제품을 고부가화 하는 데 적극적인 것도 주목할 만 하다.
◇정유업계, 수입사와 힘겨운 경쟁 = 정유업계는 올해도 구조적인 공급과잉과 석유의 소비둔화 지속으로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정부가 석유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지를 연이어 나타내고, 대체에너지가 빠르게 소개되고 있어 긴장하고 있다.
특히 석유수입사가 낮은 가격을 무기로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이들과 올 해도 힘겨운 경쟁을 해야 한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시장의 저가제품을 앞세워 석유수입사들이 2~3년만에 시장의 10%를 잠식했다”며 “정유사들은 시장을 지키기 위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출혈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이 올 해 역전될 지 심화할 지의 여부는 원유수입관세 인하 법제화와 3월말이 매각 시한인 인천정유가 쥐고 있다. 원유수입관세 인하가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정유사들은 수익성개선의 전기를 마련하게 되고, 불투명한 인천정유의 앞 날이 가닥을 잡는다면 공급과잉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