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사의 기업이익이 4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펀드 자금이 가치주에 쏠렸지만 앞으로는 성장주가 시장을 주도할 것입니다."
이석원(45·사진) 하이자산운용 주식운용 본부장은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하반기 증시에서는 기업의 성장성을 주목해야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하는 동안 증시도 장기간 박스권에 갇히면서 국내 펀드시장은 현재 가치 대비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하는 가치주펀드 중심으로 흘러갔다. 그러나 최근 대내외적인 경제상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자 움츠렸던 성장주들이 다시 비상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본부장은 시장상황이 매크로(거시)나 마이크로(미시) 측면 모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본부장은 "최근 미국의 통계에서 수입물량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미국의 소비주체들이 본격적으로 지갑을 열면 국내총생산 대비 수출 비중이 상당한 한국이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미국 금융위기 이후 리쇼어링(reshoring·기업이 해외로 진출했다가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현상)과 같은 모습이 나타나면서 이머징 국가들이 위기를 겪었지만 최근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경기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마이크로 측면에서 기업 순이익 성장세가 기대되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이 본부장은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각각 고가 스마트폰시장 포화와 환율 우려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들은 올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소위 빅배스(Big Bath·부실요소를 특정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 때문에 부진했던 유틸리티·건설·화학주들이 정상화된다면 올해 국내 기업의 순이익은 두자릿수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박스권을 형성했던 증시에 대해서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최근 3년간 우리나라 기업실적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어닝쇼크의 연속이었다"며 "이러한 실적부진이 박스권 증시로 이어졌지만 코스피가 하락하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업실적이 그간 10%가량 떨어졌는데도 코스피가 상대적으로 좋았다는 사실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기업실적이 정상화가 된다면 코스피도 상승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초 이후 예상과 달리 그레이트로테이션(Great Rotation·글로벌 유동성이 채권에서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주식시장도 부진했다. 그러나 이 본부장은 금리 정상화가 가시화되는 만큼 하반기에 주식시장에 자금이 몰려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레이트로테이션의 대전제는 금리상승인데 최근 미국의 채권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종료와 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는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조만간 금리인상 시점이 명확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자산운용은 올해 성장주 투자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만 중소형주·공모주·지주회사에 투자하는 펀드뿐만 아니라 롱쇼트·채권혼합형 펀드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이 본부장은 지난 2011년 말 부임 이래 다양한 상품들을 각 운용역들이 효율적으로 맡을 수 있도록 주식운용 조직을 책임매니저 중심으로 개편했다. 올해 연초에는 기존 주식운용1·2팀의 팀명을 각각 성장투자팀과 가치투자팀으로 바꾸고 업무영역을 명확히 나눴다. 이 본부장은 "다양한 상품이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각 운용역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며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업무 중복과 혼선을 줄이고 영역을 명확히 나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