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林특사 귀환김위원장 답방 합의여부 관심
임동원 대통령 특사가 5일 '봄 소식'을 들고 왔다. 여기에는 이산가족 교환 방문과 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조속한 재개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지난 4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던 임 특사가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에 대해 어떤 의견을 주고 받았는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또 이번 방북을 계기로 한반도의 긴장 분위기가 크게 완화되고 '겨울잠'을 자고 있는 남북 경제협력 관계가 '희망의 꽃망울'을 틔울지 주목된다.
■ 합의사항 등 방북 성과
'이만하면 잘했다' '실천이 문제'란 평이 지배적이다.
이산가족 교환 방문, 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재개, 북미대화 재개 등 몇가지 합의에 대한 평가다.
또 총리급에 해당하는 남북 고위인사가 오는 5월 중 월드컵과 아리랑축전에 상호 참석하는 방안에도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다.
또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여부와 답방시기에 관해 모종의 합의가 있었을 경우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답방이 이뤄질 경우 월드컵 개막식에 참석하느냐 등 김 위원장의 답방시기와 장소도 중요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감안할 때 다목적 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낙관할 수 없다. 이와 함께 북한은 한반도 위기의 핵심인 미사일ㆍ핵사찰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등과 대화에 나선다는 점을 우리측에 약속했다.
우선 공동보도문에 담긴 이산가족 교환 방문은 전례에 따라 남북한 각각 100명씩 서울과 평양을 오가는 방식으로 이달 중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또 남북 양측은 정례적인 이산가족 교환 방문과는 별개로 29일부터 두달간 평양에서 열리는 아리랑축전에 남측에서 대규모 이산가족이 방북하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정부의 한 관계자가 전했다.
이산가족 교환 방문은 북측으로서도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과 연이어 제기된 핵ㆍ미사일 의혹 등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예견됐던 일이다.
이번 합의로 북한 당국은 평화에 대한 정권의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게 됐고 우리측도 코앞에 닥친 월드컵을 '사고 없는 대회'로 만든다는 목표에 더욱 근접하게 됐다.
경제협력추진위의 재개는 북한에 쌀을 지원하는 것이 일차 목표다. 경제협력추진위를 통해 북한은 쌀 30만톤을 지원받게 된다.
정부는 쌀 지원 외에 북한의 요청이 있을 경우 조속한 시일 내에 비료 20만톤을 보낸다는 입장이다. 실제 경제협력추진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면 각종 실무 협의체를 통해 공사 진행이 지지부진한 경의선 및 도로 연결, 개성공단, 북한에 절실한 전력 지원 등의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이산가족 문제를 제도적으로 다룰 적십자 회담과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을 다룰 군사 당국자 회담의 개최에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나친 낙관은 금물
임 특사의 이번 방북으로 한반도에 잔뜩 낀 먹구름이 제거되기 시작한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특히 북한이 곧 이어질 대량살상무기ㆍ핵사찰 등을 의제로 한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게 됨으로써 한반도 위기 국면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점쳐진다. 아울러 임 특사가 '일본인 납치 의혹에 대한 성의 있는 태도' 촉구라는 일본정부의 입장을 전하고 북측도 수긍함에 따라 북일관계도 개선될 조짐이다.
하지만 이런 '원론 수준의 합의'가 북측이 당장 시급히 필요한 식량과 아리랑축전의 성공적 개최 등을 위한 자구책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미국과의 대화 재개도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보다는 서방 세계로부터의 고립을 적정 수준에서 차단하려는 심산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대북 전문가들이 일제히 방북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부측에 대해 대북 대화 재개에 따른 치밀한 전략과 대응을 요구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