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금리논쟁 이렇게 풀자

유병규<현대경제硏 상무>

요즈음 국내 경제계에 금리인상에 대한 찬반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정책 금리의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유지되고 있으나 국내 경기침체 양상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어 저금리정책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2004년 6월부터 지속적으로 인상된 미국의 정책 금리가 9월 현재 국내 금리보다 높아지면서 금리인상의 당위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쉽사리 정책 당국이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내 경제 문제가 너무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경기회복의 기미가 확실하지 않으면서도 시중에 부동자금이 넘쳐나 자산투기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금리정책은 그 어떤 정책 변수보다 경제 상황별ㆍ부문별ㆍ계층별로 파급 효과가 서로 상이한 정책 효과의 ‘상충성’을 강하게 지니고 있어 선뜻 정책 선택을 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다양한 논의를 통해 정책 결정을 신중하게 추진하는 것은 정책의 시행착오를 줄인다는 뜻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정책 의사 결정이 지나치게 지체되면 경제 내에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오히려 경제 현상의 불안정성을 증폭시킬 우려가 커짐을 유의해야 한다. 보다 신속하고 합리적인 정책 결정을 위해 취해야 하는 바람직한 방안은 정책 결정 기준을 정하고 이에 맞춰 판단하는 것이다.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기준으로는 먼저 현재 금리 수준의 적정성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적정 금리는 일반적으로 경제성장률과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결정한다. 이에 의하면 지금의 시장 금리 수준은 국내 적정 금리 수준을 훨씬 밑도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금융자산가치를 평가하는 국내 실질실효금리가 현재 0%에 가까운 것은 금융 부문의 기대 수익률이 너무 낮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시장 금리가 상하방 어느 쪽이든 적정 금리를 크게 벗어나면 어느 한 계층이나 부문으로 정책의 기대 수익이 쏠리는 본의 아닌 자원배분의 왜곡이 초래된다. 두 번째는 현 금리정책의 효과가 경제 내에서 실현되고 있느냐는 점이다. 저금리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정책 금리는 지속적으로 인하돼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에까지 이른 적도 있으나 국내 투자는 오히려 실질 기준으로 줄어든 결과가 초래됐다. 우리 경제가 금리가 낮아져도 투자가 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저금리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는 그만큼 설득력을 잃고 있는 셈이다. 세 번째는 금리정책을 변경했을 때 오는 경제 전체의 편익을 따져봐야 한다. 일단 금리인상은 부채 부담이 많아 파산의 위험에 처해 있는 한계적 상황의 가계와 중소기업에는 현상 유지를 어렵게 하는 결정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국내 가계의 금리성 순금융자산(금리성 금융자산-금리성 부채)은 2005년 1ㆍ4분기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8.6%로서 미국 -25.3%, 영국 -27.1%와는 구조적으로 다른 것으로 나타나 금리인상의 전반적인 소비둔화 효과는 극히 미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소득이 높아지면 도리어 소비가 늘어날 개연성이 더 높다. 과도한 저금리의 지속은 소비 효과가 없는 부동산 투기용 가계부채만 늘려 국민 경제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반면 최근에 들어서 은행권의 고금리 상품에 수조원의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는 현상은 지나친 저금리의 시정은 과도한 시중 부동자금의 금융권 유입을 촉진시켜 생산적 부문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자금 흐름의 물꼬를 변경시킬 수 있음을 반증해주는 긍정적 신호라 할 수 있다. 저금리 기조의 변화는 정부의 국채 발행 비용을 증가시켜 무리한 정부 지출 팽창을 억제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지금은 국내 금리정책의 신호등이 꺼져 있는 상태다. 금리정책 효과의 종합적 판단을 통해 파란 신호든 빨간 신호든지간에 정책 시그널을 분명히 하는 것이 무력화된 금융정책 기능을 되살리는 길이다. 그래야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도 완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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