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는 직접 사냥을 하지 않는다. 남이 잡아 놓은 것을 빼앗거나, 먹다 남긴 것을 먹고 산다. 직접 사냥을 하는 것 보다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로부터 먹잇감을 빼앗을 때는 무리 지어 조직적으로 상대를 공격한다. `백수의 왕`인 사자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약한 모습을 포착하면 여지없이 달려든다. 공격은 치밀하고, 파상적이다. 조금의 틈새라도 있으면, 놓치지 않고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댄다.
증권가에서는 증권시장을 마음대로 휘젓고 있는 외국인들을 하이에나에 비유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SK사태 이후 재벌 지주회사들, 특히 대주주 지분율이 낮고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들을 공격해 투자금 보다 더 많은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을 빗댄 것이다. 소버린자산운용은 회장이 구속되면서 흔들리고 있던 SK㈜의 주식을 사들여 7개월여만에 3,000억원 가까운 돈을 벌었다. 수익률이 200%를 넘는다. GMO이머징마켓펀드는 오너의 죽음으로 앞날이 불투명했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집중 매수, 투자한 지 두달만에 투자원금의 3배에 달하는 평가차익을 얻었다. 소버린과 GMO펀드의 성공에 자극 받아 매킨지 컨딜 리커버리, 편리폰즈, SR인베스트먼트, LR글로벌파트너스 등 외국계 펀드들이 잇따라 국내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들의 공격을 받거나 받을 위험이 높은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그룹총수가 직접 나서 지주회사 주식을 사들이고 우호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마치 사자가 하이에나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는 모습이다.
지난 6개월동안 개인투자자(개미)들은 팔고, 외국인들은 사는 장세가 지루하게 연출되고 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은 외국인이 5조원 어치를 사는 동안 개미들과 기관은 각각 3조5,000억원과 3조원 어치를 팔았다. 외국인들은 주요 종목들을 싹쓸이하는 무지막지한 식성을 앞세워 증시개방 이후 처음으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어섰다. 이 기간동안 종합주가지수는 500선에서 600과 700을 뚫고 800선을 넘보고 있다. 비록 장중이지만 지수가 800을 넘어선 것은 1년4개월만이다.
그러나 지수가 올라 갈수록 불안감도 더 커지고 있다.
외국인들만의 힘으로 올라선 주식시장은 `사상누각`과 마찬가지여서 언제 무너질 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미 주식시장은 외국인이 사면 오르고, 팔면 떨어지는 외국인 장세가 심화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6개월동안 40조원이 넘는 이익을 챙겼다. 아직은 평가이익에 불과하지만, 언제 이익실현에 들어갈 지 모른다. 정말 두려운 것은 하이에나의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이다.
<채수종(증권부 차장) sjcha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