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판교 신도시 분양대출 시장에 뛰어들어 과당경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판교 계약금 및 중도금 대출시장에 금리인하 경쟁에 나서 최저 4.5%까지 금리를 낮춰 사실상 손해를 보면서 대출하고 있으며 정부투자은행인 주택금융공사마저 그동안 기존 주택 매매시 대출하던 모기지론을 탈피, 보증 개념을 도입해 판교아파트 중도금 시장에 뛰어들었다. 저축은행들도 계약금 100%를 대출해주는 상품을 내놓고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는 올해 말까지 분양총액이 27조원에 달해 대출시장 규모가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판단,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으로 풀이된다. 판교 분양시장에서의 이 같은 대출 출혈경쟁은 분양 아파트에서 막대한 시세차익이 기대돼 담보력이 충분한데다 10년간 전매가 불가능해 장기거래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의 이 같은 과열양상은 서울 강남지역 투기억제를 위해 조성되는 판교 신도시에서 오히려 투기바람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판교 민간분양 아파트에 대한 은행들의 중도금 대출금리가 이날 현재 4.51~4.66%로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4.36%에 0.25~0.30%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에서 제시되고 있다. 이는 주택공사의 판교 분양 아파트에 대한 중도금 대출금리 4.66%보다도 낮은 수준에 해당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판교 민간분양 아파트 중도금 대출금리가 5.3%선이라고 밝히지만 실제로는 각종 감면조건을 내걸어 4.5% 안팎에서 대출금리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금리수준은 사실상 은행이 손해를 보는 역마진 금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저축은행의 대출상품은 상대적으로 높은 9%대의 금리가 적용되지만 계약금(분양대금의 20%)을 일시에 마련하기 어려운 당첨자들에게는 호소력이 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오는 29일부터 시작되는 판교 주공분양아파트 담청자에 대해 연 8%, HK저축은행은 9%의 계약금 대출 상품을 내놓았다. 삼화와 토마토저축은행도 계약금 전액 대출상품 판매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에 밀려 모기지론 판매에 애로를 겪고 있는 주택금융공사도 지난 11일부터 농협 중앙회 창구를 통해 한림건설 당첨자 1,045세대에 대한 보증을 실시하고 농협을 통해 중도금 대출을 해주고 있다. 공사는 연 5.5%로 시중은행에 비해 1.0%포인트 이자가 높지만 다른 은행들과 달리 분양대출의 70%까지 대출해줄 수 있는 점을 미끼로 자금사정이 어려운 고객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금융권의 판교 대출 과열과 관련,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담당자들은 “저축ㆍ보통예금 등으로 저원가성 예금이 풍부하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 대해서는 대출금리를 대폭 낮출 수 있다”며 “판교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 나가는 시점에 금리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과열대출이 자칫 부실대출로 연결될 것을 우려했다. 막대한 차익이 생기더라도 10년 뒤 매각이 가능해 자기자금 비율이 낮은 고객이 무리하게 대출을 얻을 경우 부실화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