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안기부 X파일' 파문] 자술서로 본 사건 전말

미림팀장 밀반출…재미교포가 흘려<br>공씨 퇴직후 대비 도청테이프 200여개 보관<br>동료 소개받은 박씨에 삼성관련 테이프 넘겨<br>“국정원에 포착된후 심각성 깨닫고 수습 나서”

불법도청 테이프인 이른바 ‘X파일’은 옛 안기부 도청 비밀조직인 미림팀의 공운영(58) 팀장이 지난 94년 재직 도중 밀반출한 것이며 이중 일부를 건네받은 재미교포 박모씨가 언론에 흘린 것으로 드러났다. 공씨는 26일 13쪽짜리 자술서를 통해 도청 테이프가 유출된 배경과 경위 등을 상세히 밝혔다. 자술서에 따르면 안기부 미림팀장으로 있던 94년 공씨는 퇴직 후를 대비해 도청 테이프 200여개를 밀반출해 보관했으며 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직됐다. 이후 신설 유선통신사 대리점을 운영하던 중 같이 직권 면직된 A씨로부터 소개받은 재미교포 박모씨에게 200여개의 테이프 중 삼성과 관련된 일부 테이프 복사본을 넘겼으며 이후 박씨가 이들 테이프를 방송사에 또다시 건넨 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공씨는 자술서에서 “테이프를 건넬 당시 A씨의 복직과 자신의 영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으며 당시 박씨가 삼성그룹 핵심인사는 물론이고 박지원 당시 장관 등과도 돈독한 관계였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삼성그룹 자체에 약점이 될 수 있는 사안만을 제시할 경우 공개될 수도 없을 것 같은 판단을 했다”며 “그러나 (자료를 준 뒤) 삼성측과 협상이 여의치 않다는 결과를 듣고 당황해 즉시 반납받고 다시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술서에 따르면 교포 박씨는 이후에도 삼성측과 테이프 관련 협상을 계속했으며 이 같은 사실이 국정원에 포착되면서 공씨와 박씨의 관계가 꼬이기 시작했다. 공씨는 “몇개월 뒤 찾아온 국정원 후배로부터 삼성측과 모종의 사건이 있다는 말을 듣고 나의 판단 잘못으로 문제를 야기했을 뿐 아니라 파급영향이 예감돼 적극 수습하지 않으면 큰 문제소지가 있겠구나 싶어 즉각 A를 통해 박을 만나 심한 욕설로 애걸조로 사정하고 여비와 항공권을 구입해 도미시킨 뒤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5년 뒤인 최근 박씨의 아들이 A씨를 찾아와 푸대접에 항의하고 A씨에게 MBC 기자가 접촉하려 한다는 말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걱정하던 중 문제가 일파만파로 발전되는 것을 보고 (유출자가) 박씨로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씨는 도청자료 유출경위에 대해 “92년 미림팀장으로 임명됐다가 YS 당선과 함께 팀 활동이 중지됐으나 94년 미림팀 재구성 지시를 받고 ‘언젠가 도태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중요내용을 밀반출, 임의보관하고 있었고 예상과 같이 DJ정권으로 바뀌면서 일방적으로 면직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박씨와 접촉이 있은 뒤 “국정원 후배들이 찾아와 보관하고 있는 문건들이 있으면 반납해달라고 얘기를 듣고 며칠 후 감찰실 요원에게 테이프 200여개 및 문건을 반납했다”고 주장했다. 공씨는 이회창 후보 지원와 관련, “DJ가 당선되면 엄청난 불이익이 예상돼 은밀히 선을 대 지원한 바 있고 지난 대선에도 순수 민간 차원에서 지원한 것”이라며 “이는 본인을 위해 했을 뿐이고 어떤 의혹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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