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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요절 천재화가… 400여점 작품만으로 미술사에 한 획
'머리를 푼 채 누워있는 여인의 누드' '폴 기욤의 초상' 등
전세계 컬렉터·미술관 40여곳서 모은 걸작 70여점 전시
겨우 35세의 나이에 결핵으로 숨지며 10여 년 화가생활 동안 겨우 400여 점의 작품, 그것도 인물화만으로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 20세기 아방가르드 시대에 피카소·마티스의 동료였지만, 입체파나 야수파 어느 사조에도 속하지 않은 화가. 긴 목에 길쭉한 얼굴, 눈동자 없는 아몬드 모양의 눈으로 기억되는 독특한 화풍. "내가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될 때 당신의 눈동자를 그릴 것"이라던 이탈리아계 프랑스 작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의 걸작들이 한국에 온다.
서울경제가 주최하고 한국일보 문화사업단이 주관하는 '모딜리아니, 몽파르나스의 전설(Amedeo Modigliani:Legend of Montparnasse)' 전이 오는 26일부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막을 올린다.
이번 전시는 45곳의 소장처에서 모딜리아니의 원화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국내 첫 회고전이다. 파리시립미술관·피카소미술관·오랑주리미술관·그르노블 미술관·헬싱키 아테네움미술관·미국 톨레도미술관·이스라엘미술관·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오사카 시립근대미술관 등 세계 20여 곳 유명 미술관과 개인소장자 20여 명에게서 모은 작품 70여 점을 통해 모딜리아니 예술의 정수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전시 총감독인 서순주 박사는 "모딜리아니는 회화라는 틀 속에서 인물화만으로 절대적인 미(美)를 추구했던 작가입니다. 하지만 명성에 비해 작품 수가 적어 어지간한 작품은 1,000만달러(약 111억원)가 넘을 정도로 미술시장에서 희소성을 인정받습니다. 이렇게 많은 소장처에서 작품을 모은 전시는 처음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까지 모딜리아니의 작품 중 최고가는 지난 2010년 11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6,900만달러(약 768억원)에 낙찰된 'La Belle Romaine'(1917년작)이다. 이번 회고전은 모딜리아니의 예술세계를 아우르는 1906~1920년 사이의 유화와 드로잉 작품으로 구성됐다. 그의 간결하고 응축된 표현양식을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남자의 초상', '여인상 기둥', '여인의 초상', '누드', '종이작품', '모딜리아니와 모이즈 키슬링' 등 총 6개의 테마로 선보인다.
전시는 작가가 프랑스 몽마르트르에 거주하던 시기의 초기 작품과 더불어, 몽파르나스 시기에 조각가 브랑쿠시의 영향으로 조각에 몰두했던 1910~1913년을 조명한다. 그리고 다시 회화로 돌아오면서 변형된 그의 표현방식이 어떻게 그를 '파리의 이방인 예술가'에서 '몽파르나스의 전설'로 끌어올렸는지 따라간다. 특히 그가 몰두한 초상화를 대거 소개한다. 폴 알렉상드르·폴 기욤 같은 소장가와 모이즈 키슬링·콘스탄틴 브랑쿠시 같은 예술가, 그리고 그의 화실을 드나들던 루냐 체코프스카·안나 아흐마토바 같은 여인들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특히 눈여겨볼 작품은 오사카 시립근대미술관에서 가져온 '머리를 푼 채 누워 있는 여인의 누드'(1917년작).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 중 최고가다. 또 '폴 기욤의 초상'(1915년작·미국 톨레도미술관), '앉아있는 잔느 에뷔테른느'(1918년·이스라엘박물관), '여인의 초상'(1918년작·영국 맨체스터미술관) 등도 지명도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대부분이 인물화지만 '여인상 기둥' 연작 같은, 조금은 새로운 작품세계도 경험할 수 있다.
서순주 박사는 "모딜리아니는 뚜렷한 개성과 독특한 예술철학으로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화가입니다. 그중에서도 누드 작품 '머리를 푼 채…' 같은 것은 오사카미술관 밖에서는 보기 힘든 작품이죠. 판매되진 않지만, 만약 크리스티 경매에 나오면 무조건 1,500만달러를 넘길 작품입니다. 다른 것도 500만~700만달러 대 작품이 수두룩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 1588-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