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철강인’ 박태준 평전이 나왔다. 올해 77세를 맞은 박태준의 인생에 대한 총정리이며 총평이다. 과거사 청산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제철보국’을 이룩하고 근대화의 중심에 선 인물인 박태준 앞에서는 목소리를 높일 수 없다. 그의 업적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저자는 박태준과 8년간에 걸친 허심탄회한 대화와 서로의 세계에 대한 이해 그리고 미국, 베트남, 유럽 등 현지답사와 자료수집을 통해 ‘박태준 신화’를 기록으로 완성했다. 책은 박태준의 삶을 가감없이 풀고 그의 진가와 아쉬움을 포착하며 우리 시대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와 현대 한국사회를 성찰할 수 있는 자료로 남을 만 하다. 1927년 출생한 박태준은 와세다 대학교 기계공과를 다니다 귀국한 후 남조선 경비사관학교(후 육군사관학교) 6기로 들어가 당시 중대장이던 박정희 대위와 만난다. 그리고 5ㆍ16쿠테타 당시 권력의 중심부가 아닌 경제인의 길을 걷게 된 박태준의 행보, 또 황무지를 개척해 포항제철을 건설하게 된 이야기 등이 시계열로 전개된다. 책은 60년대 이후 경제개발사이자 정치이면사이기도 하다.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어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영일만ㆍ광양만의 신화를 이룩해 낸 박태준의 통찰력과 리더십을 읽을 수 있다. KISA(대한국제 제철차관)의 차관거부로 일제식민지 배상금을 종자돈으로 삼아 건설한 포스코를 세계 최상위 국제 신인도를 확보했던 당시의 이야기는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박진감 넘치게 전개된다. 또 경제인이었던 그가 어떻게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됐는지 그리고 왜 정계를 떠났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다. 박태준은 또 교육자이기도 했다. 그는 제철보국과 쌍벽을 이루는 신념으로 ‘교육보국’은 그의 또 다른 사상적인 바탕이 됐다. 그는 포항제철 건설에서 끝나지 않고 1970년대 박정희가 돌려준 정치자금으로 ‘제철장학회’를 설립, 한국 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