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청문회 무서워 세금 내는 장관 후보자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의 세금탈루 논란이 또 불거졌다. 이번에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도마 위에 올랐다. 문 후보자는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초등학생인 아들에게 넘겨준 2,700만여원에 대한 증여세를 안 내다가 불과 나흘 전에 완납했다. 지명되지 않았다면 어디로 샜을지 모를 일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될까 두려워 마지못해 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는 대목이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 출범 전후에 있었던 인사청문회 참사를 생생히 기억한다. 1월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시작으로 공정거래위원회, 국방부 장관후보자까지 세금탈루 등의 논란에 휩싸여 결국 낙마했다. 청문회를 겨우 넘기는 했지만 논란이 됐던 이들까지 포함하면 10명이 넘는다. 여론의 뭇매가 계속되자 결국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과까지 했다. 그런데도 또 후보자 이름이 거명되기 무섭게 세금 문제가 터져 나왔다. '장관후보자=탈세범'이라는 인식이 국민의 뇌리에 박힐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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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고 있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금액이 크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이라면 가능한 변명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연구원인 후보자에게서 나올 말은 아니다. 나라 곳간이 비어 대통령 공약인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줄이고 세수확보를 위해 증세를 한다 안 한다 싸우는 판이다. 한푼이라도 더 걷기 위해 기업 회계장부를 샅샅이 뒤지기도 한다. 상황이 이런데 장관 후보라는 사람이 수년간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별 일 없는 듯 받아들일 국민이 있을까.

얼마 안 있으면 새로 지명된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된다. 이대로라면 낙마사태가 또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참사를 막으려면 금융정보분석원(FIU) 보유 정보에 대한 국세청의 접근권을 좀 더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 공직자의 세금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굳은 의지도 반영해야 한다. 후보자군은 물론 모든 공직자들이 도덕성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질 길은 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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