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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 60년] <2부-1> '한국형 신도시' 세계로 뻗다
입력2007.07.08 16:38:31
수정
2007.07.08 16:38:31
호찌민·하노이에 '베트남의 분당' 만든다<br>신도시에 반한 관리들 "우리도 지어달라" 러브콜<br>고속도로 건설 대가로 호찌민등 외곽 부지 제공<br>할인점·병원등도 갖출 계획…벌써 분양문의 빗발
| 베트남 최초의 계획 신도시이자 최고 주거지로 꼽히는 푸미흥의 전경. 대만 업체가 건설해 현재 60% 정도 개발된 상태로 한국의 최신 신도시 트렌드에 비하면 뒤떨어지는 점이 적지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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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雨期)라는 말이 무색하게 가랑비만 이따금씩 흩뿌리던 지난 6월 말의 베트남 호찌민시.
무질서하게 뒤엉키는 오토바이 행렬을 뚫으며 아슬아슬하게 운전한 지 20여분쯤 지났을까.
도로 왼편으로 왠지 친숙한 느낌의 고층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다. 베트남 최초의 계획 신도시 ‘푸미흥(富美興)’. 베트남 경제 발전의 상징이라는 이 고급 주거단지에는 값비싼 아파트와 빌라, 학교ㆍ병원들이 마치 한국의 신도시처럼 반듯반듯 깔끔하게 들어차 있다.
푸미흥에서 자동차로 5분 정도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도로 양쪽으로 야자수가 무질서하게 자라나 있는 너른 평야가 펼쳐진다. 이곳이 바로 GS건설이 단독으로 ‘한국형 신도시’를 건설할 ‘냐베’ 지역이다.
아직은 텅 빈 평야에 불과한 냐베 신도시 부지 350만㎡(약 106만평)에는 한 차원 진화된 미래의 푸미흥이 투영돼 있다. 푸미흥의 성공을 거울로 삼되 푸미흥과는 비교되지 않는 신기원을 창조하겠다는 게 GS건설의 야심이다.
푸미흥은 베트남 주거수준을 일거에 끌어올렸다는 찬사를 받고 있지만 최신 트렌드의 한국형 신도시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많이 엿보인다.
GS건설은 벤치마킹 대상인 푸미흥의 장단점을 철저히 파악한 뒤 ‘자이(Xi)’ 브랜드를 앞세워 베트남 중상류층을 겨냥, 분당에 버금가는 동남아 최고의 민간 신도시를 건설할 계획이다. 도시계획ㆍ단지조경ㆍ신평면 등의 노하우뿐 아니라 홈네트워크와 같은 첨단 IT 시스템과 가전ㆍ가구ㆍ대형할인점ㆍ병원 등 함께 가져갈 국내 연관산업도 적지않다.
냐베 신도시 사업은 한국의 신도시에 반한 베트남 측의 러브콜로 시작됐다. 지난 2004년 부산시의 초청으로 방한한 호찌민시 인민위원장(시장) 등은 GS건설의 ‘메트로시티’를 둘러보며 그 웅장함과 고급스러움에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호찌민에 도로를 건설해주면 땅을 내줄 테니 메트로시티 같은 신도시를 지어달라”는 전격 제안이 나왔다.
물론 올 5월 최종 투자허가를 받아내기까지 말 못할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무엇보다 지난해 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베트남 정부가 법 제도 정비에 착수하면서 그동안의 준비가 하루아침에 뒤집어지는 일이 많았다. 관행처럼 돼 있던 에이전트를 끼지 않고 직접 공무원들을 상대하다 보니 행정처리에 시간도 많이 걸렸다.
김갑렬 GS건설 사장은 한달이 멀다 하고 베트남을 찾아 사업을 직접 챙기고 당국자들을 면담했다. 수년간 매출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현지직원 70여명을 포함, 인력을 110여명이나 상주시키며 전력을 쏟는 모습에 현지 공무원들도 큰 신뢰를 보이기 시작했다.
GS건설이 베트남 남부 호찌민에서 신도시 추진에 온 힘을 쏟는 동안 북부의 하노이에서는 포스코건설과 대우건설 등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하노이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장에서 서쪽으로 불과 6㎞ 떨어진 지점. 도로 양쪽으로 펼쳐진 벌판 위에 한국인 두 명이 서서 이리저리 위치를 재고 있다. 장차 이곳에 들어설 신도시를 홍보하기 위해 한류스타 장동건을 모델로 내세운 대형 광고판을 세울 지점을 고르는 중이다.
포스코건설은 베트남 회사 비나콘과 50대50으로 합작, 북안카인 지역 260만㎡(80만여평)에 한국형 신도시 ‘스타월드(가칭)’를 세울 계획이다.
북안카인 신도시 부지 역시 포스코건설이 ‘랑~호아락’ 고속도로를 지어주는 대신 대토(代土)로 받은 땅이다. 하노이~호치민 고속도로인 ‘21B’ 도로와 하노이를 연결하는 랑~호아락 도로를 기반으로 조성되는 첫번째 신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마치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삼아 수도권 남부가 최대의 주거벨트로 떠오른 것처럼, 랑~호아락 도로는 하노이권 개발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포스코건설은 ‘베트남의 경부축’을 개발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받은 셈이다.
변태우 포스코건설 하노이신도시사업단 마케팅팀장은 “신도시 홍보영상을 관람한 베트남 관계자들이 국가발전에 대한 뭉클한 기대감으로 눈물을 흘릴 정도”라며 “벌써부터 현지인의 분양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포스코건설은 북안카인에 이어 랑~호아락 도로 서쪽으로 600만㎡(180만여평)의 땅을 2차 대토로 받아 추가 신도시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밖에 대우건설을 주축으로 대원ㆍ경남기업ㆍ동일하이빌ㆍ코오롱건설 등이 컨소시엄을 꾸려 추진하는 ‘따이호따이’ 신도시는 하노이 최고의 주거지로 손꼽히는 입지여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토지보상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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