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선진국” 세계가 인정/독 제치고 올해 5대 생산국 확실/국내 첫 세계경제단체장에 뽑히는 영광도김만제 포항제철회장의 국제철강협회(IISI) 회장피선은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출발 30여년만에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국내 인사가 일부 스포츠종목에서 국제기구의 회장을 지낸 적은 있으나 보수성이 강한 국제경제기구나 단체의 회장에 뽑히기는 김회장이 처음이다.
IISI는 지난 67년 창설이후 미국 일본 유럽등 3개지역이 돌아가며 회장직을 맡을 정도로 선진국들의 독무대였다. 미국과 일본및 유럽이 각각 6명, 호주1명 등으로 사실상 선진업체들이 세계철강산업의 흐름을 주도해온 것이다.
따라서 철강후발국 출신인 김회장의 IISI회장피선은 포철이 생산규모나 기술, 경영능력등 모든 면에서 미국과 일본, 유럽등 철강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로 올라섰음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할수 있다.
포철 관계자는 『철강산업은 산업의 기초소재를 공급하는 특수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대부분의 국가들이 기간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이번 IISI 회장국 피선은 세계 각국이 우리나라의 실력을 인정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지난 73년 조강생산능력 1백3만톤 규모의 포항제철소 1기 준공 이후 매년 지속적인 설비확장을 거듭하면서 지난해는 세계의 4.9%에 해당하는 3천7백만톤의 생산량을 기록, 세계 6위로 도약했다. 올해는 독일을 제치고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5위 생산국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국내철강업체들은 IISI에서 전체 의결권 74표 가운데 포철이 3표, 인천제철 및 동국제강이 각 1표, 강원산업·한국중공업·삼미특수강 등 단체 정회원 1표 등 모두 6표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12표), 일본 (11표), 브라질(7표)에 이어 4번째로 많은 것이다.
한편 포항제철은 이번 IISI 회장사가 된 것을 계기로 개도국과 선진국 철강업계간의 상호이해 및 협력을 촉진하는 동시에 세계철강업계의 공동 현안을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향도기업으로서 역할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포철은 이를위해 내년 IISI회장단 회의 및 스테인리스 스틸 포럼 창립총회와 동남아철강협회 총회를 서울에서 열고 2001년 IISI 정기총회를 유치하는 등 철강관련 국제회의를 국내로 적극 유치, 우리 철강산업의 국제위상을 높이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한상복>
◎김만제 회장 인터뷰/“초경량 차체 등 첨단기술 세계업계 공동개발 역점”
【헬싱키(핀란드)=김성태】 김만제 신임 IISI회장은 『세계 철강업체간의 긴밀한 협력과 공동발전의 기초를 다지는 가교역할을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취임소감을 밝혔다. 김회장은 자동차용 초경량 차체구조 프로젝트를 비롯한 세계 철강업계의 신기술 공동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회장과의 일문일답.
소감은.
▲철강분야의 세계최고 권위기구인 IISI 회장에 선출된 것은 개인으로나 포철에 큰 영광이다. 조금 늦은 감도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단위제철소를 가지고 있는 세계2위 철강기업 포철의 위상을 고려하면 당연한 자리매김이라고 생각한다.
IISI회장 피선의 의미라면.
▲우리 철강산업이 생산규모나 기술, 경영능력 등 모든 면에서 선진업체와 동등한 수준으로 성장했음을 세계로부터 인정받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업종별 국제기구나 단체장을 맡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철강을 필두로 조선, 자동차 등에서도 국제기구대표에 오르는 국내 인사가 나오길 기대한다.
IISI회장으로 임기중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은.
▲최근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과 사회주의권 국가까지 회원으로 가입하도록 노력하겠다. IISI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철강산업의 이미지제고와 신수요창출활동도 추진할 생각이다. 이를위해 이사회 직속으로 홍보위원회를 설치해 철강산업의 경제성과 재활용성등을 널리 알릴 생각이다.
철강산업은 현재 알루미늄등 경합재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데 대책은.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경량화가 추진돼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을 비롯한 철강 경합소재의 사용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철강재는 원료의 매장량이 풍부할 뿐 아니라 내구성과 경제성에서 탁월한 장점을 갖고 있다. 각국 기업들이 가벼우면서도 강한 파인스틸개발에 힘쓰고 있다. 철강재는 앞으로도 소재 가운데 왕자의 위치를 지킬 것이다.
한국철강산업이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면.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수요구조가 일반강 위주로 돼있기 때문에 선진국에 비해 아직은 고급강이나 특수강의 생산비중이 낮고 기술수준 또한 열위에 있는게 사실이다. 국내업체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원가절감과 생산성 및 품질향상을 위한 부단한 기술개발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IISI는 어떤 기구/67년 창설… 미·일·유럽 주도/48개국 181개 기업·단체 회원가입
국제철강협회(IISI)는 철강분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기구로 지난 67년 7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창설됐다.
48개국 1백81개 철강기업과 단체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경제·사회·신기술·법률등 철강산업에 관련된 제반사항에 관한 연구·조사·정보교환·토의·통계수집·배포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다.
3개의 정책그룹(시장개발·홍보·환경)과 6개 분과위원회(경제조사·시장개발·기술·원료·환경·인재개발)를 가지고 있으며 각종 의결사항은 정회원사대표들이 참석하는 총회 및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회장의 임기는 1년이며 무기한 연임이 가능하지만 최근에는 1년 임기를 채운 후 물러나 매년 회장이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포철·인천제철·동국제강이 정회원으로, 강원산업·한국중공업·삼미특수강이 단체정회원으로 가입하고 있으며 기아특수강이 준회원으로, 한국철강협회가 찬조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만제 회장은 누구/포철혁신 주도한 “전문경영인”/교수·장관·보험사회장 등 경력 다채
국제철강협회(IISI) 회장으로 선출된 김만제 포항제철회장은 5공때 재무부장관과 경제기획원장관을 지낸뒤 문민정부 출범후 포철에 입성, 전문경영인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인물.
1934년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와 미덴버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64년 미주리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딴 뒤 서강대 교수로 일하다 71년부터 82년까지 한국개발연구원(KDI)원장을 맡아 경제개발계획 기초작업에 중추역할을 했다. 83년 재무부장관으로 입각해 86년부터 이듬해까지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을 지냈으며 91년에는 삼성생명보험회장으로 영입돼 재계에 발을 들여 놓은 뒤 94년부터 포철회장직을 맡고 있다.
경제이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함께 조직관리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포철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인사로서 회장을 맡아 단기간에 조직을 정비하고 경영혁신을 주도, 경영수완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편이다. 내년 3월로 임기가 끝나지만 이번 IISI회장 피선으로 연임 가능성도 높아지게 됐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