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낙하산’ 없는 공기업 인사를

정찬용 대통령 인사수석비서관이 오는 2월말 공기업에 대해 대폭적인 물갈이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현재 대통령이 직접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44개 공기업의 65개 직책은 물론 각 부처 장관이나 공기업 이사회가 임명권을 가진 400여개 기관에 대해서도 참고자료를 작성할 방침이라고 하니 공기업 인사 태풍이 예고된 셈이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 밝힌 공기업 임원 임기보장 원칙을 사실상 철회한데 대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역대 정권에서 적재적소는 안중에도 없이 공천 후유증 등의 해소용으로 공기업 인사를 이용하는 등 난맥상을 보여왔던 만큼 경영 성과와 비리 여부 등의 평가에 따른 물갈이는 환영 받을 일이다. 더구나 기획예산처의 `경영혁신 점검평가단`을 비롯해 청와대, 정부혁신위원회, 감사원 등 다면적인 평가자료를 활용할 방침이라고 하니 일단 기대를 갖게 된다. 하지만 평가의 공정성 여부를 떠나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의 대규모 공기업 인사는 오해의 소지가 많다. 여권이 총선과정에서 낙천 낙선한 사람에 대한 자리보장 등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노무현 정부의 폐해로 지적돼온 `코드인사` 시비를 불러올 것이다. 국민의 정부가 추진하던 4대 개혁 가운데 공기업 개혁이 가장 부실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정치적 임면(任免)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연 100여조원의 예산을 쓰는 공기업 인사의 요체는 `낙하산`의 배제라고 봐야 한다. 노조가 협상전략 차원에서 사장 적임자의 선임을 반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낙하산 인사`일 경우 극렬투쟁의 원인이 된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사장은 노조와 이면합의 등을 통해 나눠먹기 식의 부실 경영의 악순환에 빠진다. 공기업은 사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대국민 서비스를 정부 조직보다 더 훌륭히 수행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기업 경영에는 개혁성도 필요하지만 전문성과 수익성이 더욱 중시되어야 한다. 아무리 개혁성이 투철하더라도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물로는 효율적인 경영이 어렵다. 공모 방식이나 추천위원회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비리 관련 인사나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인사는 단호하게 교체해야겠지만 과거처럼 정치적인 이유로 일부러 흠집을 내서 쫓아내는 식의 인사를 해서도 안 된다. 털어서 먼지가 안 나는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성과 개혁성이 조화된 공기업 임원인선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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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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