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등 여파 금융권 소극자세/경기침체… 투자수요 감소도 한몫올들어 기업들이 은행대출, 어음할인, 주식 회사채발행 등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의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7조2천억원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침체로 대규모 설비투자를 줄이면서 자금수요가 줄어든데도 원인이 있지만 그보다는 지난 1월 한보사태 이후 대기업여신을 꺼리게 된 금융권의 소극적인 자세가 더 큰 영향을 끼친 결과로 분석된다.
이같이 금융기관의 창구가 경색, 기업의 자금조달이 위축됨에 따라 기업 자금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본격적인 경기회복도 늦춰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7월말까지 기업들의 직접자금조달 창구인 회사채발행실적은 6조3천8백57억원으로 전년동기의 8조8천7억원에 비해 27.4% 감소했다.
또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규모도 같은 기간 2조4천6백78억원에서 1조7천1백79억원으로 30.4%, 단기자금 조달을 위한 어음할인액도 12조6천2백18억원에서 7조5천8백53억원으로 40%가 각각 줄어들었다. 특히 기아사태가 발생한 지난 7월중 어음할인잔액은 1백60억원 증가에 그쳐 지난해 7월의 증가액 2천9백52억원을 훨씬 밑돌았다.
올들어 7월까지 은행대출 증가액도 23조1천5백23억원으로 전년동기의 24조6백5억원보다 소폭 감소했으며 그 가운데 신탁대출 증가액은 같은 기간 6조3천3백23억원에서 1조2천9백22억원으로 80% 이상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은행, 종금사의 여신과 주식, 회사채발행 등 직접금융을 합한 국내 자금조달규모는 올들어 7월까지 41조9천8백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9조1천9백억원보다 무려 7조2천억원이 줄어들었다.
이처럼 기업들의 자금조달규모가 줄어든 것은 우선 경기침체의 여파로 설비투자를 줄이는 등 자금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계는 기업들의 자금조달 규모가 감소한 것은 금융기관들의 소극적인 여신관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런 경향은 지난 1월 한보사태 이후 나타나기 시작, 기아사태를 겪으며 더욱 심화됐다고 분석하고 있다.<손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