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꾸준히 진행됐으나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기업이 작년말 현재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출과 하이테크기업의 부실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해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계속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2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외환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 성과에 대한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업체가 전체 조사대상 기업의 27.5%(2천679개)에 달했다.
또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에 못미쳐 부도나 관리기업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은 '부실징후기업'도 전체의 5.9%(572개)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액수를 다시 이자비용으로 나눈것으로, 1을 밑돈다는 것은 이익으로 이자도 지불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는 금융업종을 제외한 전체 산업의 외부감사 대상기업 가운데 부도기업과 관리기업을 제외한 이른바 `정상기업' 약 1만개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같이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영업이익률이 환란후 크게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 이번 조사대상 기업의 2002~200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5.9%로 95~97년(평균 5.4%)과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
다만 환란후 기업의 차입금 의존도가 줄어들고 금융권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자부담이 이전보다 낮아져 전체 산업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은 98년 0.95에서지난해 3.6으로 높아졌다.
업종별로는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수출기업, 하이테크기업의 부실이 내수기업과 저기술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더 심각했으며, 대기업도 중소기업에 비해 상황이 그리 낫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출기업 가운데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이 28.1%에 달해 내수기업(17.5%)을 크게 앞질렀으며, 하이테크기업도 삼성전자를 빼면 이자보상배율과 영업이익률이저기술기업들에 비해 더 낮았다.
대기업도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평균 4.8로 중소기업(3.2)보다는 높았으나,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한국의 기업구조조정은 완결된 상태가 아니라 여전히 진행중"이라며 "회생가능성이 희박한 부실기업을 연명시키기 보다는 신속히 도태시키는 것이 경제 효율성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