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디즈니랜드 뒤집어 보기

전상우 KOTRA 로스엔젤레스 무역관장

월트 디즈니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140 에이커의 면적에 12개의 테마 공원과 85개의 놀이시설을 갖춘 LA 디즈니랜드. 고용인원 2만1,000명에 지난 55년 개장 이래 4억5,000만명의 방문객들에게 꿈과 환상을 주면서 상상력이 비즈니스와 결합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는 곳이다. 무한한 가능성의 문화산업 속내를 들여다보면 경제전문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170대 기업으로 216개의 사업장과 전세계에 걸쳐 7만6,000개에 달하는 프라임 컨트랙터를 거느리고 연간 2조5,000억원에 이르는 막강한 구매력을 자랑하기도 한다. 디즈니그룹 구매력의 상징성은 LA 디즈니랜드의 식음료 소비량과 시설 개보수 및 관리에 소요되는 물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LA 디즈니랜드를 찾는 방문객들이 연간 구매하는 식음료는 햄버거 400만개, 핫도그 160만개, 팝콘 150만개, 아이스크림 320만개, 청량음료 450만리터 등에 이른다. 여기에 시설물 관리를 위해 연간 7만5,000리터의 페인트와 10만개 이상의 백열전구를 사용하는 이외에 50만야드에 이르는 직물을 항상 재고로 보유하고 있으며 5에이커의 잔디와 100만그루의 1년생 식물을 관리하는데 필요한 관개설비만 5만점에 달한다. 더하여 피터팬ㆍ백설공주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캐릭터를 갖고 있는 문화산업의 제국이기도 하다. 이처럼 어린이들에게 동화의 세계로 상징되는 디즈니랜드를 숫자로 뒤집어보면 무한한 가능성을 담고 있는 비즈니스의 신천지로 들어가는 마법의 열쇠로 다가오게 된다. 디즈니를 비즈니스로 파악하기 위해 세가지 방향에서 접근해보면 첫째, 방문객(특히 어린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둘째, 시설관리 및 유지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마지막으로 문화 마케팅에 대한 접근 방안은 없는가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디즈니와의 비즈니스에 있어서 가장 큰 요체는 디즈니의 시각으로 디즈니에 다가서는 것이다. 디즈니의 철학을 잘보여주는 사례 하나를 들어본다. 코닥사에 따르면 연간 북미 지역의 사진 가운데 약 5%가 디즈니랜드에서 촬영된 것이고 그중 상당 부분이 ‘마법의 성’앞에 자리잡고 있는 회전목마를 배경으로 한다. 그런데 원래의 회전목마는 성의 중심부에서 약 5센티미터 벗어난 자리에 위치하고 있어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을 경우 구도가 불안정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지적에 따라 기술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다시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고객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디즈니의 철학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비즈니스의 경우에도 디즈니의 철학을 철저히 이해하는 회사들만이 디즈니의 사업 협력업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특히 디즈니는 자신의 능력을 과장하는 업체나 약속 이행에 있어서 신뢰감이 떨어지는 업체, 전문분야가 아닌 프로젝트 입찰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참가하는 업체 등은 블랙리스트를 작성, 별도로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항상 새로움 추구하는 디즈니 어린이들의 꿈이 있는 한 향후 디즈니의 비즈니스 범위는 무한하게 확장될 수 있다는 데 또 다른 디즈니의 매력이 숨어 있다. 이같은 가능성은 최근 디즈니가 어린이 고객들을 겨냥, 디자인하고 제작한 PC를 ‘꿈의 디즈니 PC’라는 이름으로 출시하고 나섰다는 사실에서 잘 엿볼 수 있다. 기존 제품이라도 계층을 어린이로 특화하고 동심을 사로잡는 디즈니의 마술적인 디자인과 이미지, 특유의 고객 친화적인 기술력 등을 결합해 재창조할 경우 일반이 예상하지 못했던 신데렐라와 같은 제품의 탄생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디즈니에는 항상 새로움이 흐른다고들 한다. 어제의 꿈과 환상은 오늘에는 더이상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롭다는 것은 항상 누구에게나 가능성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는 무한의 세계다. 디즈니를 뒤집어보는 것을 통해 우리의 기업들의 미래를 읽는 통찰력을 점검해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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