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제 百年大計 교육에서 찾는다] 3. 뿌리 깊은 인재를 키우자 <1> '3不'을 다시 보자

본고사·기여입학제등 논란만… "이제라도 사회적 합의 나서야"<br>2012년 이후 대입 자율화<br>입학사정관제 전면 도입 등 그동안 제도·여건 많이 달라져<br>"창의적 인재 육성 전제로 선발 기준 등 전면 재검토를"


우리 사회에서 3불(不)정책은 '뜨거운 감자'다. 존속시키자니 대학 교육의 효율성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폐지하자니 사교육의 병폐를 더 악화시키고 공교육의 근간이 흔들릴까 걱정스럽다.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고 우물우물하다가는 상처를 입기 십상이다. 3불정책을 정립하고 존치시키는 데 주력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그랬다. 이명박 정부는 대입 자율화를 추진하면서도 3불정책과 관련한 논의를 2012년(2013학년도) 이후로 미뤘다. 3불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경우 다른 교육 이슈를 일거에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3불과 관련된 논의를 마냥 미룰 수만은 없다. 2012년 이후 대입 완전 자율화가 예정된 상황에서 3불 존폐를 놓고 불거질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본격적인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3불 재검토, 이념 논쟁으로 수년째 답보상태=3불정책은 본고사(논술고사 외의 필답고사)와 고교등급제ㆍ기여입학제 금지를 핵심으로 하는 대학 입시에 관한 정부의 기본방침이다. 지난 1999년부터 대입제도의 근간으로 자리잡은 이래 10년 넘게 존치되고 있으나 이를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3불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대학이 학생을 자유롭게 뽑을 수 있는 권한을 제약함으로써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존치론자들은 3불이 폐지돼 본고사와 고교등급제가 부활하면 사교육의 병폐가 더 악화되고 공교육이 더욱 황폐화될 것이라고 반박한다. 기여입학제를 놓고서는 열악한 대학 재정을 보완할 수 있다는 주장과 계층 간 갈등을 부추길 뿐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교육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대학 서열화가 고착된 우리 사회에서 3불은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입시과열을 일정 부분 완화하는 데 기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3불이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제약해 자율성을 저해하고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문제는 이러한 3불 존폐 논란이 단순히 교육문제에 머물지 않고 진보와 보수 간 이념 논쟁으로 흐르면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입 자율화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3불 폐지 논의가 금기시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3불 존폐 논의 자체가 비생산적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언제까지 3불에 발목이 잡혀 있을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 교수는 "3불 정책은 네거티브한 방식이다. 정부가 3불정책에 매달리다 보니 대입제도가 혼란스러워지고 무질서해졌다"면서 "내신이든 수능이든 대학별 고사든 대학이 알아서 하면 된다. 정부가 질서를 잡아주면 대학은 따라간다"고 강조했다. ◇본고사ㆍ기여입학제 도입, 사회적 합의 쉽지 않아=3불정책이 10년 넘게 시행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환경은 많이 바뀌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정부의 대입 업무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 이관되면서 대학의 입시 자율성이 확대되고 입학사정관제가 전면 도입되는 등 대입제도가 상당히 달라졌다. 학교별 수능성적과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공개되면서 학교ㆍ지역 간 학력격차도 확인됐다. 3불 존폐 논의가 수년째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지만 여건이 달라진 만큼 지금이 정책 재검토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3불정책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전문가들은 3불이 폐지되더라도 대학들이 자신의 입맛대로 대입제도를 운영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본고사의 경우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판 때문에 대학들이 도입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경범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는 "대학들이 본고사 부활에 대한 욕망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과 유리된 제도를 택하기 힘들다"면서 "창의적 인재육성과 공교육 정상화와 관련해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논리를 만들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학에서 본고사 도입을 주장하지만 이미 논술 등 대학별 고사가 시행되면서 이슈가 많이 약해졌고 면접이나 다른 전형요소로 학생을 선발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여입학제 역시 마찬가지다. 재정 확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대학들의 논리가 학력의 대물림과 계층 간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양성관 건국대 교직학 교수는 "기여입학제 도입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합의를 이루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여입학제가 도입되면 일부 사립대들이 미국처럼 비공개를 원칙으로 학교 동문이나 부유층 자제에게 입학을 허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고교등급제 도입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미 일부 대학이 외국어고 출신 학생을 우대하는 등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도입될 경우 고교서열화와 평준화 해체, 중ㆍ고교 입시과열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 교수는 "내신이 절대평가로 바뀌고 대입에서 내신 반영 비중이 낮아지면 고교등급제는 사실상 무의미해진다"면서도 "만약 고교등급제가 도입되면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고교 간 학력격차를 대입전형에서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3불 폐지는 대학 자율역량ㆍ책무성 강화 바탕 돼야=이명박 정부가 대입 자율화를 추진하면서도 3불 허용 여부를 2012년 이후로 미룬 것은 대학이 자율역량을 갖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학이 학생 선발과 관련해 완전한 자율성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만한 역량이 필요하고 사회적 책무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3불 존치를 주장하는 진영에서도 대학들이 입시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3불 폐지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성 교수는 "대학들이 지난 40~50년간 입시제도와 관련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우수한 학생을 뽑으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공정하고 다양한 요소로 학생을 선발하려느냐가 입시 자율화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학들이 성적 위주의 한 줄 세우기 선발방식을 통해 우수한 학생을 뽑는 데만 집중하기보다는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잘 가르치는 노력을 기울이는 등 책무성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 교수는 "3불 등 모든 교육 이슈는 어떤 기준에 의해 재점검해야 하는데 그 기준은 창의적 인재육성이 돼야 한다"면서 "입시가 중등 및 고등교육을 모두 살릴 수 있는 매개가 되기 위해서는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이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3불은 이러한 토대 위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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