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편법은 이제 그만

외화표시 해외증권을 국내에서 팔아 외화를 조달하면 외국자본이 될 수 없다. 이미 보유중인 달러화의 주인만 바뀐 꼴이다. 외자를 유치했다는 발표자체가 허위인 셈이다. 공신력을 무엇보다 중요시해야 할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납득하기 어렵다.지난해는 외환보유액이 적정 수준에 크게 못미쳐 외자조달에 총력을 기울인 시기다. 대기업의 대규모 외자조달 유치 발표는 경제위기속에 불안한 나날을 보낸 국민들에게 적지않은 위안이 됐었다. 거액의 외화가 실제로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 아니라면 국민의 기대를 외면한 처사다. 금융당국의 조사가 진행중이므로 아직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사실로 밝혀질 경우 엄중문책해야 마땅하다. 당국도 이런 사실을 왜 방치했는지 책임을 묻지않을 수 없다. 해외에서 발행한 채권을 국내에 들여와 투신 보험 은행 등에서 버젓이 팔고 있는데도 이를 몰랐다면 금융감독망에 중대한 허점이 생긴 것이다. 해외증권을 신고서도 내지않고 국내에서 파는 것은 명백한 위법행위다. 이미 1조원규모 이상이 팔렸는데 뒤늦게 조사를 벌이는 것은 늑장행정의 전형이다. 대기업들도 일단 해외증권을 발행했으면 해외시장에서의 전량매각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렇지않고 국내에 들여와 결국 물의를 빚은 것은 자업자득인 측면이 없지않다. 지난해 대우사태의 여파로 인한 일시적인 한국물의 인기급락을 감안하더라도 기업들이 한꺼번에 해외증권과 DR(주식예탁증서)발행에 나선 것이 화근이었다. 경제사정이 크게 나아진 만큼 더이상 해외증권 헐값 발행은 자제하고 DR발행시기도 분산시켜 유리한 조건에 모두 팔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금융기관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과 대기업의 부채비율 충족이 발등의 불이라고 하더라도 편법이나 위법은 안된다. 편법에 의한 목표 달성은 기업의 투명성과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려 중장기적으로 원활한 외자도입을 더 어렵게 할 것이다. 대기업의 수익성과 기술력이 높아 대외신인도가 높으면 해외증권은 국제금융시장에서 팔리게 마련이다. 구조조정을 매듭짓고 경쟁력강화에 박차를 가해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길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대접받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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