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은 개혁의 남은 과제

이번에 내놓은 개혁안의 골자는 조직 인사 급여 의사결정체계 등 내부 구조적 틀을 새로 짜는 것이다. 그중 관심을 끄는 대목은 연봉제 도입,외부 전문가 영입, 전문성 강화, 결제 단계의 축소를 꼽을 수 있다. 민간 기업들은 이미 시도하고 있는 것이기는 하나 공공기관으로서는 좀처럼 앞서서 엄두도 내기 어려운 구조조정안이라 할만하다.나라안이 온통 개혁 바람이 불고 있는데 한은이 아무리 보수적이고 특수한 기관으로서 독립성이 보장되었다 하더라도 개혁과 무관하게 버티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정부와 공기업이 서둘러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데 한은이라고해서 과거의 타성과 저생산성의 관행에서 독야청청할 수는 더욱 없었을 것이다. 한은의 개혁은 시대적인 요구이자 자책도 깔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혁의 모습과 방향은 그런대로 갖춰졌다. 이제는 실천이 중요하다. 오랜 타성에 젖어온 조직의 변화란 쉽지 않은 법이다. 안팎의 도전과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개혁의지의 퇴색이나 변질은 또 다른 비난은 물론 역사를 과거로 돌려놓게 된다. 사실 이번 개혁안은 하드웨어일 뿐이다. 중앙은행으로서의 한국은행이 선진화하고 제기능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의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한은은 통화신용 정책의 본산이자 국민경제의 마지막 파수꾼이다. 그에 걸맞은 권한을 위임받고 있다. 그를 위해 독립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만큼 마땅히 책임도 져야한다. 한은 역할의 큰 몫은 물가를 안정시키고 금리수준을 적정히 유지하는 일일 것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경기를 예측하고 대응 처방을 내리는 것도 중요한 기능이다. 그러나 지난 환란의 원인을 밝히는 청문회에서 밝혀졌듯이 예측도 대처능력도 없었던 사례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전문성도 없고 예측능력도 없는데다 정부 관계부처와의 유기적 공조체제도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 전체를 조망하면서 경기흐름을 조절해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능력과 기능을 부럽다고만 할 일이 아니다. 중앙은행의 권위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조직의 개혁과 함께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통해 획득하는 것이다. 국민의 신뢰도 여기서 우러나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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