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신흥시장서도 주문 폭주… 휴가도 반납하고 공장 풀가동

■ 금형·단조등 '뿌리산업' 살아난다<br>선진국 제품과 품질 격차 줄고 신성장동력 분야 개척등 '결실'<br>모처럼 맞은 기회 살릴수있게 "제도·정책 지원 필요" 목소리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용접기술 전문업체인 서경브레이징은 요즘 '수확'이 한창이다. 20여년 동안 세계 최고의 용접기술(브레이징)을 닦아온 이 회사는 금융위기로 위축됐던 글로벌 투자 마인드가 되살아나면서 올 들어 내수ㆍ수출이 각각 20%가량 동반 상승하는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특히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해외시장에서는 주요 수출국인 미국ㆍ일본 외에 최근 중동과 이집트ㆍ브라질 등의 신흥시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5년간 꾸준히 투자해온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본격적으로 시장을 형성하면서 회사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아프리카 등 잠재시장 진출 가능성도 열어줘 중장기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신영식 사장은 "집열판 시장이 확대되면서 올해 매출 50억원 가운데 10억원가량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위축됐던 경기회복과 신재생에너지 시장 분출로 내년에도 60억~70억원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DirtyㆍDifficultㆍDangerous)' 3D업종으로 폄하되며 한껏 웅크렸던 금형ㆍ용접ㆍ주조 등 국내 '뿌리산업'이 대내외 여건 호재와 업체들의 적극적인 신흥시장 및 신성장동력 분야 개척 노력에 힘입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ㆍ독일 등 선진국 제품들과의 품질 격차는 날로 좁혀지는 반면 엔화와 위안화 강세로 가격경쟁력이 크게 개선되면서 일부 업종은 해외수출에 날개를 달았다.


용접공업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국산 용접기는 선진국 제품의 품질을 95% 정도 따라잡은 반면 가격은 70% 수준에 불과해 대다수 업체들이 수출에서 살길을 찾고 있다"며 "최근에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업체들이 속속 문을 닫으면서 품질력과 가격경쟁력이 높은 국내 용접기들은 해외 시장에서 좋은 기회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엔화 가치 상승으로 일본으로의 수출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내수는 부진하지만 수출은 전년 대비 20%가량 늘어나는 등 호기를 맞이해 중동과 러시아ㆍ남미 등 신흥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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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형산업 역시 신흥시장에 대한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금형조합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인도와 러시아ㆍ베트남 등 신흥시장에 대한 수출은 전년 대비 30%에서 많게는 700%까지 늘어났다. 게다가 위안화 가치 상승과 중국의 인건비 증가로 중국산 제품 가격이 국산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게 되자 대중국 수출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 전자ㆍ자동차 메이커들이 중국 현지공장에서도 중국산 대신 국산을 선호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국내 완제품 메이커의 해외 생산공장이 국내 부품조달을 늘리는 현상은 단조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제품의 가격상승으로 중국산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된 점이 수출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단조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단조산업은 일본ㆍ대만 등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가파른 호황세를 누리고 있다"며 "전통적으로 품질경쟁력이 있어 생산성ㆍ품질ㆍ가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국 업체들로부터 최종 납품을 받으려는 거래처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준(準)'뿌리산업으로 볼 수 있는 기계사업 역시 해외 시장에서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 독일ㆍ일본 등 전통 기계강국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경쟁력 덕분에 세계시장에서 일본산과 한국산 기계설비 점유율은 과거 12%에서 지난해 5% 미만까지 좁혀졌다. 기계산업진흥회의 한 관계자는 "특히 중국에서 한국산 기계 선호도가 높아져 지난해 하반기부터 건설기계와 굴착기 등의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 업체들이 모처럼의 호기를 맞이하자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뿌리산업이 튼튼히 뻗어나가기 위한 제도적ㆍ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ㆍ일본과의 중장기적 경쟁을 감안, 국내산에 대한 수요가 확산됐을 때 적극적인 해외 전시회 참여 확대 등 수출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도 "일부 대기업의 경우 납품 중소업체가 해외 경쟁사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시장 여건이 무르익었을 때 국내 뿌리산업이 적극 해외로 뻗어나가고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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