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총리와 협의해 사퇴 선언을 이끌어낸 것은 사고 발생 12일 동안 추가 구조자 한 명 없이 생존자가 174명에 고정된 가운데 사망자는 계속 늘면서 국민적 분노와 슬픔이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사고 초동 대응은 물론 수습 과정에서도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만 도드라져 1차적으로 여론을 다독일 필요가 커졌다. 총리의 사의 표명이 청와대와 사전조율에 의한 것인지 관심을 끈 가운데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신문 기자에게 "청와대와 협의가 된 일"이라고 확인했다.
청와대는 또 총리의 사의 표명을 통해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 책임론에 대해 시간을 버는 한편 '네 탓 공방' 속에 국민 분열만 확산되는 분위기를 차단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사퇴회견문에서 "지금은 서로를 탓하기보다 하루빨리 구조작업을 완료하고 사고를 수습해야 할 때"라며 "이번 사고는 우리 사회 곳곳에 오랫동안 이어져온 비리와 잘못된 관행들 때문이며 그런 '적폐'들을 이번에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총리의 사의에 대해 이날 오후 사표 수리 방침을 밝히면서도 사고 수습 이후로 처리를 미룬 것은 즉각적인 사표 수리시의 애로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총리의 사표를 즉각 수리하면 내각 수장의 공백 사태가 발생하면서 총리대행체제로 가야 한다. 이 경우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리 대행을 맡아야 하는데 현 부총리 역시 개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총리의 사의 표명은 '고육책' 성격이 있다"며 "즉각 사표를 수리하면 대통령이 이번 사태 책임에 직접 노출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