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산유국ㆍ석유업체 돈 쌓아두고도 투자기피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 기업의 생산의욕을 자극해 공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다시 균형을 찾게 되는 것이 경제학의 고전적 원리지만 지금의 국제 석유시장은 이러한 원리가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 석유시장의 공급자인 주요 산유국과 석유업체들이 유가 급등에 따라 현금이 넘쳐나는 데도 이를 생산량 확대를 위한 재투자에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산유국과 석유업체들이 생산능력 확대를 기피한 데 따른 효과가 현실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볼 때 이는 당장의 유가 등락보다 훨씬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주요 산유국과 석유업체 지도자들이 참가한 회의를 통해 증산 필요성을 역설하고 협조해줄 것을호소했지만 참석자들의 반응은 탐탁지 않았다고 26일 전했다. 클로드 만딜 IEA 사무총장은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석유수요는 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생산능력 증대에 해마다 2천100억달러가투자돼야 하지만 현재 실정은 이에 15%나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산유국들과 석유업체들은 이 정도의 투자를 능히 감당하고도 남을 정도로자금에 여유가 있다. `메이저'로 불리는 미국과 유럽의 6개 대형 석유업체들은 올해모두 1천380억달러의 기록적인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의 올해 자본지출은 680억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8%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그나마 비용상승분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생산능력 증대를 위한 투자는 극히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업계 전문가는 분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관리들을 비롯한 산유국 및 석유업체 관계자들은 IEA 회의에서 지난 1998년과 같은 유가 폭락사태가 재연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면서 "좀더 상황을 지켜보겠다"고만 밝혔을 뿐 투자증대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세계 석유시장의 안정보다는 주주 눈치보기에 더 급급할 수 밖에 없는 `메이저'업체들은 위험성이 큰 새 유전 개발에 거금을 투자했다 실패해 비난을 사기보다는자사주 매입이나 배당금 증액을 통해 주주들의 환심을 사는 쪽을 택하고 있다. 6개`메이저' 업체의 올해 자사주 매입액은 250억달러로 지난해의 두배에 이를 것으로추산된다. 이처럼 증산에 미온적인 생산자들의 태도로 인해 급등하는 유가에도 불구하고국제 석유시장은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여유가 없다. 석유시장의 여유물량은 1973년 `오일 쇼크' 때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세계 수요량에 대비하면 1%에불과해 `오일 쇼크' 당시 2%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OPEC 관리들은 가격이 균형을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유물량이 수요량의 4%는 돼야 할 것이라고 추산한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가격이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궁극적으로는 공급이 늘어날것이고 서구의 `메이저' 업체들과는 달리 중국이나 인도 석유업체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해외 유전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전개발에 적어도 몇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당장 석유 개발 붐이 일어난다고 해도 수급의 균형을 맞추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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