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환율 방어정책 변화 조짐

수출우선에서 물가억제·내수부양으로…원·달러환율 한때 1,150원대 붕괴

환율 방어정책 변화 조짐 수출우선에서 물가억제·내수부양으로…원·달러환율 한때 1,150원대 붕괴 • 환율하락세 지속 속도는 완만할듯 • 기업 환관리 '적극' 정부와 외환시장이 1달러당 1,150원의 환율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외환딜러들은 수출우선정책으로 밀어붙여왔던 정부의 환율방어정책이 물가억제와 내수부양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해석해 환율하락에 베팅하고 있지만 정부는 급격한 원화절상으로 수출경쟁력이 둔화할 것을 우려, 구두 개입 등을 통해 방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올 상반기 동안 환율방어로 경제를 외끌이해오던 수출에 힘을 실어줬던 정부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불안을 완충하고 금리인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적정선까지 환율하락을 용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외환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3일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하락세를 지속해 한때 1,147원60전까지 떨어졌으나 폐장 직전 급등하며 전날 종가보다 50전 내린 1,150원으로 마감했다. 이 과정에서 외환당국이 시장에 구두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딜러들은 정부의 환율저지는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것일 뿐 장기적으로는 하락세를 지속해 심리적 지지선인 1,150원이 무너지고 4년 전 저점이던 1,140원에서 새로운 방어선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딜러들은 정부가 치솟는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정책도구가 없는 상황에서 고(高)환율에 의존한 수출우선책을 지속할 경우 ‘물가앙등-성장률 둔화’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의 함정에 빠져들 수 있다고 판단, 환율 저지선을 소폭 내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환율하락(원화절상)을 적극적으로 막아온 데서 벗어나 불(不)개입을 통해 자연스럽게 환율하락을 용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 이후 외환당국이 물가를 의식해 개입강도를 현저히 완화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엔ㆍ달러 추이와 크게 벌어지는 ‘디커플링 현상’을 보이다가 올 상반기 후반부터 동조화 기미를 나타내고 있다. 원화환율과 엔화환율간 상관계수는 지난해 말 0.39 수준에서 올 2ㆍ4분기에는 0.90까지 높아졌다. 김익주 재경부 외화자금과장은 정부가 환율하락을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과 관련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하락을 유도하지는 않을 것이고 정책기조에도 변화가 없다”며 “1,150원대가 깨졌다고 투기세력이나 매수ㆍ매도세력이 실종되는 등 시장에 이상징후가 발생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무역협회는 최근 수출기업 336개사를 대상으로 수출채산성을 조사한 결과 응답업체의 40%가 환율하락 등으로 생산비조차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신승관 무역연구소 연구위원은 “원화절상은 내수침체 상황에서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정부가 환율방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영 기자 young@sed.co.kr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손철기자 runiron@sed.co.kr 입력시간 : 2004-09-0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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