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스포츠

'감동의 눈물' 김연아… 앞으로 행보는

피겨퀸에 스포츠 외교 첨병 타이틀까지 획득, 갈수록 역할 더 커질 듯


김연아(21ㆍ고려대)는 지난해 2월 밴쿠버동계올림픽을 끝내고 잠시 ‘방황’했다. 처음 스케이트화를 신었을 때부터 꿈꾸던 올림픽 금메달을 덜컥 목에 걸자 허탈감이 밀려왔다. 올림픽 직후 토리노세계선수권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 7위(종합 은메달)라는 ‘김연아답지 않은’ 성적을 낸 것도 감당하기 힘든 후유증 탓이었다. 그러나 김연아의 방황은 길지 않았다. 선수로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상황에서 은퇴설이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김연아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선수로서뿐 아니라 ‘평창의 얼굴’로 다시 일어섰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입장에서도 ‘은퇴한 피겨퀸’을 내세우기보다 ‘현역 피겨퀸’을 앞세우는 게 훨씬 큰 힘이 될 법했다. 무거운 짐을 진 김연아는 그러나 너무도 가볍게 평창의 ‘위대한 승리’에 단단히 한 몫 했다. 지난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귀국 후 모스크바세계선수권 은메달을 획득, 한동안 잊혔던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에 다시 알렸고 영국 런던, 스위스 로잔, 토고 로메를 오가며 평창을 알렸다. 최종 목적지인 남아공 더반에서 7일 새벽 김연아는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국제대회 시즌 일정을 미루면서까지 매달렸던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당당히 호명되자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2009년 세계선수권에서 첫 금메달을 땄을 때,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기쁨의 눈물, 2011년 모스크바세계선수권에서 그동안의 정신적 방황을 돌아보며 흘린 눈물에 이은 김연아의 네 번째 눈물이었다. 동시에 피겨 의상이 아닌 정장을 입고, 나를 위한 은반이 아닌 국가의 명운이 걸린 무대에서 쏟은 첫 눈물이기도 했다. 그동안의 눈물과 다르게 읽히는 김연아의 눈물은 앞으로 그의 행보를 짐작하게 해준다. 김연아는 평창 유치 확정 뒤 인터뷰에서 “올림픽 같은 경기에 나서는 것은 개인적인 일이라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평창 유치는 국가적인 일이기 때문에 ‘나 한 사람 때문에 잘못되면 어쩌나’하는 부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번의 완벽한 점프를 위해 1,000번을 연습하는 등 피겨만을 바라보고 치열하게 살아온 김연아로서는 지난 100일여의 유치 활동과 더반에서의 막바지 협업이 신선한 자극이자 미처 몰랐던 감동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당장은 다음달 중순 국내에서 아이스쇼에 나서고 내년에 열릴 세계선수권을 준비하는 등 겉으로 달라지는 것이 없겠지만 국제 무대에서 김연아를 보는 시각은 이미 ‘올림픽 피겨퀸’을 넘어 대한민국 스포츠 외교의 핵심으로 격상됐다. 더 멀리 보면 스포츠 행정가로 변신 가능성도 높다. 김연아는 지난 3월 모스크바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주변에서 ‘나중에 꼭 IOC 위원이 돼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선수로서 경력을 쌓고 나중에 그런 길로 나가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어찌됐건 2014년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 출전을 두고 슬슬 고민을 시작할 김연아. 그가 28세가 돼 있을 2018년 평창에서는 또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하다. 물론 ‘피겨퀸’으로서, 또 평창에 승리를 선물한 주역으로서의 행복한 고민임에 틀림없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