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부지역 경제성장과 서부 대개발을 위한 물류거점으로 지난 10여년간 급성장해온 톈진항에서 지난 12일 발생한 대규모 폭발사고는 가뜩이나 위태로운 중국 경제에 또다시 찬물을 끼얹었다.
14일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텐진항 폭발사고로 중국 북부와 북서부 경제권이 물류차질 등으로 심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사건 현장에서는 극독성 물질인 시안화나트륨(청산가리)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며 사고현장 수습이 지연되고 있어 이번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제활동 차질이 이 지역은 물론 하반기 중국 경기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쑨주원 중국인민대 지역경제학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로 현지 항만 기반시설 등이 붕괴된 점을 감안할 때 물류 중심지로서 톈진항의 위상이 약해질 수 있다며 해당 항만 운영과 물류 의존성이 큰 현지 지역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시설이야 단기간에 복구할 수 있겠지만 안전 및 항만 운영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항만 배후지에 생산 및 물류 관련 투자를 노려온 기업들의 관심도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톈진항 사고가 발생한 빈하이신구 일대는 4,500여개 외국계 기업들이 투자한 지역이다. 그 중에는 삼성전자·현대모비스·LG화학·금호타이어 등 한국 기업은 물론이고 모토로라·도요타·코카콜라·에어버스 등 서방 및 일본계 대기업들도 상당수 포진해 있다. AP통신은 "톈진은 더 낮은 제조원가를 노리는 기업들이 중국 동부와 남동부의 제조 중심지역들로부터 이주하면서 성장해왔다"고 소개한 뒤 국제시장정보 업체 ICIS의 숀 류 본부장의 발언을 빌려 "이번 사태가 장기적으로 중국 내 (투자) 비용에 대한 (부정적) 시사점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톈진항 사고가 전반적인 중국 산업 기반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문제로 비화하면서 향후 중국 투자유치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후 중국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주요 공장 폭발사고는 이번까지 포함해 9건에 달한다. 그 중 6건에서는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대형사고에 대한 중국 당국의 사후 대응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당장 톈진항 사고의 경우 중국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원인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질타했다. 현재까지 나온 정황은 빈하이신구에 입주한 루하이로지스틱스라는 물류업체의 창고에서 폭발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창고에 청산가리뿐 아니라 톨루엔 디소시아네이트 등과 인화성 물질들이 보관돼 있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사건 현장에서 청산가리 등이 다량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200여명으로 구성된 '국가급 핵 생화학부대'가 현장에 투입됐으며 현장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 인근 지역 부두 이용도 금지됐으며, 특히 유해물질을 실은 선박은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톈진항 해안보안 당국이 원유와 화학약품을 실은 선박들의 접근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관련업계의 영업차질 가능성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