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중견기업 57%가 "중소기업 졸업 괜히 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2011~2013년 중 중소기업을 졸업한 239개 업체를 대상으로 경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 졸업 후 단점이 더 크다'는 응답이 무려 57.4%나 나왔다. 그에 반해 '장점이 더 많다'는 기업은 9.9%에 그쳤다. 지난해 9월 정부가 중견기업의 연착륙을 돕기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중견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영여건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주는 데 필요한 과제를 담고 있다. 그러나 대한상의 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57.7%의 중견기업이 이 정책을 '잘 모른다'고 할 정도로 정부 정책이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어 이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관련기사



우리나라 중견기업은 중소기업 졸업과 동시에 세제·판로개척·인력수급 등에서 77개 정부 지원이 없어지거나 축소되는 '지원 절벽'에 직면한다. 대신 대기업에 준하는 20개의 새로운 규제가 기다리고 있다. 이 때문인지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06~2011년 연평균 73개 중견기업이 인력을 줄이거나 지분구조 변동 등 인위적인 방식으로 중소기업에 다시 복귀했다. 국내 산업을 받쳐주는 든든한 허리 역할을 해야 할 중견기업이 경쟁력을 키우기는커녕 성장을 기피하는 길을 택하는 형편이다.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중견기업과 정부 모두 바뀌어야 한다. 중견기업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투자 확대 등 자구 노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견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 비율(R&D집중도)은 2.29%에 지나지 않는다. 대기업(2.92%), 중소기업(7.05%)보다 낮은 편이다. 정부도 가업승계에 대한 상속세 부담 완화 등 중견기업들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해나가기 바란다.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사다리가 제대로 구축돼야 국가경제가 활력을 찾을 수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