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강남 재건축 뜬다는데… 날개 잃은 은마

거품 빠지고 조합 내분으로 사업마저 제자리<br>76㎡공시가 18%↓… 하락률 서울 평균 3배


서울 주택시장의 바로미터. 강남권 중층 재건축의 대장주(株).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일컫던 화려한 수식어다. 이 아파트 76㎡(이하 전용면적)는 주택시장 호황기에 가격이 최고 11억6,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심지어 참여정부 당시 정부는 집값 급등의 진원지로 이 아파트를 지목하기도 할 정도였다.

최근 길어진 경기불황으로 은마아파트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침체로 은마아파트에 끼었던 거품이 빠진데다 조합 내분으로 사업 추진마저 표류하면서 하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일 부동산정보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24일 기준) 은마아파트 76㎡의 매도호가는 지난해 말 7억3,500만원까지 급락했다가 현재 8억1,500만원선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상승이라기보다는 지난해 7월 말 수준을 겨우 회복한 것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같은 기간 개포주공ㆍ둔촌주공ㆍ잠실주공5단지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가 적게는 3,500만원에서 많게는 8,500만원 가까이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심지어 이 아파트 실거래가는 연초 6억9,000만원까지 떨어져 7억원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는 최고점 대비 60%에 불과한 가격이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도 은마아파트의 뒤바뀐 위상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76㎡의 공시지가는 지난해 6억3,100만원에서 올해 5억1,600만원으로 18.2%나 떨어져 서울 평균 하락률(6.8%)의 3배에 달했다.

은마아파트의 위상이 이처럼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지지부진한 사업이다. 2010년 3월 우여곡절 끝에 안전진단 문턱을 넘었지만 그 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단지를 관통하는 폭 14m의 도로다. 서울시는 2006년 수립한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통해 이 도로를 정비계획에 포함시키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이 경우 사선 제한 등 건축 규제로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진 다는 게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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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용적률이 180%인 중층 단지인데다 대지지분도 작아 현재 제3종 일반주거 지역의 법적상한용적률(300%)로는 수익성도 크게 떨어진다. 주민들은 준주거 지역이나 상업 지역으로 종상향을 요구해왔지만 시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이렇다 보니 재건축 추진의 동력도 크게 상실된 상태다. 인근 A공인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일부 주민에 의해 추진위원장의 직무 집행이 정지되는 등 구심점이 없다 보니 사업이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층 단지야 그나마 용적률에 여유가 있어 사업 추진이 가능하지만 은마 등 중층 단지는 시장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한 사업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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