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고소득자의 소득세와 기업들의 법인세 추가 인하를 철회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합니다." 지난 6일 한나라당 원내대표ㆍ정책위의장 선거에서 '중도ㆍ비주류 반란'의 주역 격인 이주영(60ㆍ사진) 신임 정책위의장은 8일 발 빠르게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와 함께 민생탐방을 나섰다. 어버이날을 맞아 서울시 중구의 독거노인들을 방문해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애로를 청취한 뒤 인근 중앙시장 상인들도 만났다. 첫 행보로 소외층과 서민층을 찾은 것은 앞으로의 정책기조 변화를 시사한다. 이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말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감세 이슈에 대해 "감세 철회를 위해 곧 (정책위 부의장단 등) 정책위의 진용이 짜이는 대로 당ㆍ정ㆍ청 조율에 나서겠다"며 "정부 말도 들어보고 좀더 정교한 안을 짜겠다"고 밝혔다. 현 정권의 경제정책인 MB노믹스에 대한 기조 수정을 요구한 것이다. 현행법대로라면 과표구간 8,800만원 이상 소득자에 대해 내년 소득분부터 소득세율이 35%에서 33%로 인하되고 과세표준 2억원 이상 구간의 법인세도 22%에서 20%로 낮아질 예정이다. 이를 바로잡아 '부자정당' '웰빙정당'의 오명을 씻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감세 철회 부분은 그를 지지한 소장파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역시 그에게 몰표를 던진 친박근혜계도 상당 부분 동의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 추가감세 철회로 3조~4조원을 마련하고 세계(歲計) 잉여금에서 국가부채 상환과 지방교부금을 우선순위에서 빼 2조원을 만들고 (예산편성시 불요불급한)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수조원을 장만해 총 10조원의 서민예산을 확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생활비 절감, 보육ㆍ교육 지원 확대,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에 돌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중소기업인은 법인세 감세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배려를 좀 해야 된다"며 "정부 얘기도 듣고 연구해서 유연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호황을 누리는 대기업은 감세 철회가 마땅하지만 양극화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은 일정 부분 감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도 이번주에 만나겠지만 감세 철회에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3선인 이 정책위의장은 애초 원내대표를 희망했으나 소장파의 단일화 요구를 수용해 4선인 황 원내대표에게 양보했다. 하지만 2007년 5개월여 정책위의장을 한 경험도 있고 지난해 예산결산특별위원장도 맡아 정책통으로서의 면모도 갖고 있다. 그는 "4ㆍ27 재보선 참패는 정책실패에 따른 것"이라며 "창당에 버금가도록 혁신하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고 토로해 앞으로 소장파와 친박계 경제통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일방적 재탕ㆍ뒷북 정책을 사전에 막고 민심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도록 독려하겠다"며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견제의지도 드러냈다. 최근 저축은행 부실사태를 예로 들어 도덕적 해이와 정책 실패의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뜻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부실한 국회의 예산심사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결산은 상반기 중 마무리하고 9월 정기국회는 예산국회가 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화두 중 하나가 될 복지 담론에 대해서는 "무책임한 무상복지가 아닌 생애주기형 행복한 복지 로드맵을 제시하겠다"며 "저부담ㆍ저보장 시대에서 적정부담ㆍ적정보장 시대를 열기 위해 내년 예산부터 꾸준히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연금ㆍ고용보험ㆍ기초생활보장제 등 복지제도에 대해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획기적으로 예산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비정규직 확산 방지와 차별시정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여건 조성 ▦공교육 확대와 빈곤 아동ㆍ청소년 보호 의지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