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바흐의 선율 격정적 춤사위로 느끼다

세계적 안무가 두아토 내한

'멀티플리시티' 리허설 공개

발레리나 몸 악기가 된 듯 첼로곡 온몸으로 표현

안무가 나초 두아토의 '멀티플리시티' 중 첼로 프렐류드의 한 장면.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그동안 귀로만 듣던 바흐(1685~1750)의 음악을 시각화했다고 할까요. 이 공연을 보고 나면 그간 고요하다고 생각했던 바흐의 음악이 격정적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바흐의 음악이 달리 들릴 거예요."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바흐의 선율이 춤사위로 돌아왔다.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 안무가 나초 두아토(57·사진)는 익숙한 바흐의 첼로곡 '프렐류드'를 바흐로 분한 남성 무용수가 여성 무용수의 온몸을 첼로인 듯 활을 켜 연주하는 장면으로 표현했다. 바흐와 악기와 음악이 혼연일체가 된 이 장면은 두아토의 작품 '멀티플리시티(Multiplicity·다양성)'에서도 최고의 은유로 꼽힌다. 멀티플리시티는 지난 1999년 바흐 서거 250주년을 맞은 독일 바이마르시의 의뢰로 두아토가 제작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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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한한 안무가 두아토가 오는 25~27일 유니버설발레단의 초연으로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멀티플리시티의 리허설 현장을 21일 취재진에 공개했다. 연습실의 무용수들은 몸이 악기가 된 것처럼 소리를 터뜨리듯 튀어 올랐다. 유명한 첼로 프렐류드의 2인무 장면에서는 첼로가 된 여성 무용수가 미세한 움직임과 멈춤의 반복으로 선율의 섬세함을 표현했다. 보통 발레리나의 몸짓과는 사뭇 다른 것에 대해 "장르는 현대발레지만 라인이나 턴인·턴아웃 등 고전발레의 테크닉을 기초로 하고 있어 현대무용만 하시는 분들은 이 작품을 못한다"는 두아토의 설명이 뒤따랐다.

두아토는 바흐의 곡 23곡을 작품에 담았다. 그는 "'레퀴엠' '칸타타' 같은 감히 손댈 수 없는 작품은 제외한 상태에서 음악을 골랐고 그 위대한 곡을 내 더러운 손으로 표현하는 게 두려웠다"고 고백하며 "그래서 첫 장면에서 '내가 당신 음악으로 안무를 해도 좋습니까'를 묻고 마지막 장면에 '아름다운 음악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를 말하는 장면이 등장한다"고 소개했다. 두아토는 지난해까지 이 두 장면을 위해 직접 무대에 올랐다. 바흐 음악에 대한 존중을 강조한 두아토는 때문에 바흐가 죽기 전 남긴 미완성 곡을 '그대로' 사용했다. 연주되던 음악이 미완에서 끊기듯 무용수들이 달려가다 뚝 떨어지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안무는 짜내는 게 아니라 내재된 것을 끄집어내는 것"이라는 두아토는 2010년 7월부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의 예술감독으로 있으며 오는 7월부터는 독일 베를린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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