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2월10일] HMS 드레드노트

[오늘의 경제소사/2월10일] HMS 드레드노트 권홍우 편집위원 돈을 처바른 그녀의 등장으로 최신 유행이 하루 아침에 구식으로 전락했다. 세금폭탄 논란이 일고 정부와 의회의 사이도 벌어졌다. 그녀는 전쟁의 요인인 동시에 군축회담의 배경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영국 해군 전함 드레드노트(HMS Dreadnought). 1906년 2월10일 진수된 드레드노트에 세계 해군은 경악했다. 혁신적 설계로 뛰어난 성능을 과시했기 때문. 두터운 장갑과 일시에 3톤의 포탄을 내뿜는 화력, 대형함 최초로 장착한 증기터빈 엔진이 내는 당대 최고의 속도…모든 면에서 기존 전함을 뛰어넘었다. 영국은 해상 패권 유지를 자신했다. 문제는 돈. 만재배수량 1만8,110톤인 드레드노트를 만드는 데 180만 파운드가 들어갔다. 예산의 1% 가까운 금액이다. 영국은 해마다 드레드노트급을 8척씩 건조한다는 계획 아래 세금을 올리기로 했다. 타깃은 부유층. 상속 등에 직접세를 부과하려던 계획은 과세 논쟁과 정파간 대립 심화로 이어졌다. 내각과 의회의 줄다리기 속에서도 영국은 1차대전 직전까지 드레드노트ㆍ슈퍼드레드노트급을 22척이나 찍어냈다. 군사비 증가로 국가예산도 두 배나 늘어났다. 건함 경쟁에는 너도 나도 뛰어들었다. 독일은 비슷한 급 15척을 건조했다. 군비경쟁의 끝은 전쟁. 1차대전 중 세계 각국은 110척의 드레드노트 이상급 전함을 바다에 풀었다. 종전 후에도 경쟁은 지속됐다. 천문학적 자금 수요를 견디다 못해 나온 결과물이 인류 최초의 본격적인 군비축소 합의인 워싱턴해군조약(1922년)이다. 현대 군함의 원형이라는 드레드노트가 등장한 지 100년. 거함거포주의가 사라졌지만 무기개발 경쟁은 여전하다. 군함 가격은 훨씬 비싸졌다. 세금 부담도 커졌다. 날이 갈수록 돈 낼 곳만 많아지는 세상이다. 입력시간 : 2006/02/0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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